국민 지켜주는 비상호출 기술.. 기술탈취 논란에 15년째 분쟁
2018.01.07 18:07
수정 : 2018.01.07 18:07기사원문
실제 세상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대개는 골리앗이 이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골리앗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
지금 14년째 분쟁을 끌어오고 있는 중소기업 S사와 대기업 L사의 기술탈취 논란이 그런 변곡점에 와있는지 모른다. 논지는 간단하다.
S사 K대표는 지난 2001년 9월 휴대폰이 닫혀있어도 비상 버튼만 누르면 보호자에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기술을 개발, 특허출원에 성공했다. 특허내용은 유괴, 납치, 폭력 등 위급한 상태에 빠진 사람이 비상버튼을 눌러서 보호자와 경찰서(112)등에 긴급신호를 보내면 위난자의 위치가 경찰서에 즉각 알려져 위난자를 구출해내는 획기적인 특허 기술이다.
S사는 14년 전 이 특허를 출원한 뒤, L사에 기술 자료를 제공하는 등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했다고 한다. 그러나 L사는 기술 설명을 들은 후 2004년 같은 기술로 제품을 출시하고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시장에 내놓으면서 S사와 14년째 특허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S사가 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14년을 끌어온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K대표에겐 가슴 저미는 사연이 있다.
16년 전, 경기도 여주 도자기 공장 근처에서 K대표의 어린조카(14세 여중생)가 불량배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잔인하게 살해됐다. 조카는 실종신고 후 3개월 만에 도자기 가마터에서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결국 범인들은 이 만행을 자백했다. 그 사건 이후 참혹하게 딸을 잃은 엄마는 정신병자가 되어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화목했던 한 가정은 처참히 파괴되고 말았다.
그 현장을 지켜보면서 이런 비극을 해결 할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개발자가 생각 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휴대폰을 이용한 비상호출 처리 장치와 그 방법이었다. 만약 이 기술이 지금 상용화되었다면 소중한 생명을 살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안타까움이 아직도 머릿속에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끔찍한 사건이 16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피해가족의 한사람인 개발자 뿐 아니라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고 보호해야하는 국가도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 특허분쟁으로 인해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위난에 빠진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가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 K대표는 이 소송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S사 K대표는 수십 번의 소송을 진행하며 이미 10억 원 이상 소송비용을 썼고 실제는 70억 이상 손실을 입어 사옥마저 매각하고 말았다. 그는 이 사건이 단순한 개인 일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기술 탈취의 미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그의 귓가엔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조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
이 것은 단지 기업 간의 힘의 싸움이 아니라 한 특허기술 배후에 숨은, 생명존중과 진정성에 대한 싸움이기도 하다. 때로는 작은 특허 기술 하나가 범죄 예방 뿐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 특허 기술은 분쟁을 끝내고 빛을 봐야한다. 생명 존중이 담긴 이 특허 기술의 고독한 외침에 이제는 정의가 답해야 할 때다. 정의라는 낱말이 그래서 있을 것이다.
지식재산 스토리텔러 이가희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