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특성살린 '콘텐츠' 투자 절실

      2018.01.07 19:47   수정 : 2018.01.07 19:47기사원문
많은 해외여행자들이 필수코스로 방문하는 곳이 있다. 바로 전통시장이다. 그 나라 사람들의 꾸밈 없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다 고유한 문화까지 엿볼 수 있다.

휘황찬란한 마천루 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전통시장이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전통시장도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은 어떠할까. 비가림 시설이 설치돼 비가 와도 피할 수 있지만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우리 전통시장이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장소이자 관광객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로 거듭나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해외 전통시장을 방문해 그들의 스토리를 살펴보고, 국내 전통시장이 나아가야할 길을 살펴본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의 새해 첫 발걸음은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신원시장을 방문해 "화재 걱정 없는 전통시장을 만들어 나가자"고 약속했다.


이틀 뒤인 지난 3일 중기부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지원사업' 통합공고를 내며 3541억원을 전통시장 지원에 쓰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통시장을 지원한 이래 가장 많은 예산이다.

하지만 새해를 맞는 전통시장은 여전히 하루하루 생존에 허덕인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시설 개선에 많은 지원이 있어 환경은 좋아졌지만 실질적인 경쟁력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비가림 시설이 생기고 주차장이 늘어났다고 손님이 오지 않는다. 전통시장도 한 단계가 도약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도 "전통시장에도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무작정 보호하기 보다는 매력을 가질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산 15배 됐지만 매출 반토막 "지원 없었으면 멸종했을 것"

7일 중기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7년까지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쓴 돈은 총 3조2249억원이다. 지난 2002년 처음 239억원이 투입된 이래 2008년 2354억원으로 6년 만에 예산은 10배가 됐고, 지난 2015년 지원 예산은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 지자체가 별도로 쏟아부은 지원금을 합치면 천문학적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통시장의 매출은 반토막이 됐다. 전통시장 지원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01년 전국 전통시장의 총 매출은 40조1000억원이었지만, 2015년 매출은 21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2013년 19조9000억원으로 최저치를 찍었지만, 이후 조금씩이나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마저 없었으면 전통시장이 아예 없어졌을 것이라고 전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매출이 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전통시장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겨우 생존해 있던 전통시장 마저도 없어졌을 것"이라며 "없어지거나 쇠락한 것은 막았다"고 말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기학과 교수도 "전통시장에 3000억원 넘게 지원된다 해도 전국의 전통시장은 약 1500개"라며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 시장에 2억원 밖에 지원이 안 되는데 그동안 정부에서는 전통시장을 유지시켜 온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콘텐츠' 있는 전통시장 만들어야"

그동안 '생존을 위한 지원'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부턴 '콘텐츠를 위한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16년 동안 전통시장 지원을 위해 쓰인 약 3조2000억원 중 시설 현대화에 쓰인 예산은 2조원이다. 주차환경개선 예산까지 합치면 16년간 투입된 전체 예산 중 71%가 전통시장 인프라 개선에 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전통시장에 있는 상인들의 경영과 서비스 경쟁력을 늘릴 수 있는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며 "상인들이 근본적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경영전략과 상인정신 함양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경쟁상대로 보고 있는 대형마트와 단순히 비교하면 가격, 서비스 측면에서 전통시장이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인프라 개선 등 눈에 보이는 지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전통시장이 갖고 있는 특성을 살려주는 사업도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강기두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통시장 지원 사업의 특징 중 하나가, 모든 시장에 대한 사업이 유사해지는 '미투' 현상"이라며 "시장별 특성화에 맞춘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기보다 천편일률적 지원만 했다.
유사한 지원책은 특성 없는 전통시장을 만들고 고객들이 시장을 더 떠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역설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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