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제로레이팅 주장에 인터넷 업계 '곤혹'

      2018.01.09 15:49   수정 : 2018.01.09 15:49기사원문
이동통신사들이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앞두고 막대한 투자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제로레이팅 활성화를 주장하고 나서자 인터넷 업계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이란 소비자 대신 콘텐츠 제공자(CP)가 데이터 비용을 이통사에 대신 지불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업게는 제로레이팅이 활성화 될 경우 네이버, 카카오 등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데이터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신생기업이나 중소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만남에서 제로레이팅 활성화를 건의했다. 박 사장은 "단말기 제조사와 콘텐츠 제공자는 별도의 과금이 없이 유일하게 이통사만 (통신요금) 견적서를 소비자에게 낸다"며 "(통신사 요금만)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황 회장도 "5G 시대로 가면 소비자의 데이터 이용량이 폭증할 것"이라며 "소비자의 통신요금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제로레이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 대표가 정부에 제로레이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건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도 이통3사는 자회사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로레이팅을 적용하고 있지만 다시금 제로레이팅 활성화 카드를 꺼내든 것은 5G 시대를 대비한 통신요금 인하 효과의 대안이 제로레이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G는 망구축에 드는 비용이 4G 롱텀에볼루션(LTE)에 비해 3~4배 정도 많은 10조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이통사가 이를 모두 부담하면 지금보다 통신요금이 인상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5G망 구축에 드는 비용을 제로레이팅을 통해 CP들이 일부 분담한다면 통신요금의 과도한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에따라 이통사의 수장들이 5G 성공을 위해 제로레이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이통사 입장에서 제로레이팅 활성화는 정부의 압박 분산도 의미한다. 그동안 이통사는 정부로부터 통신요금 인하 압박을 꾸준히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인상했으며, 저소득층에 대한 요금 감면혜택을 추가로 1만1000원을 늘렸다. 아울러 최근 논의되고 있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3사는 연간 1조2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제로레이팅 활성화 카드는 통신요금 인하의 주체에 CP를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부담을 과거처럼 이통사가 일방적으로 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CP도 분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통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망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CP는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는 제로레이팅 활성화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이 자칫 자본을 갖춘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안되는 신생 기업이나 중소기업 입장에선 제로레이팅 활성화가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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