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글로벌 무대서 입지 '흔들'

      2018.01.08 19:40   수정 : 2018.01.09 09:57기사원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밀려나고 있다. 최순실 국정논단 사건과 관련해 구속 재판 일정이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구축한 사업 네트워크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이전까지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직함은 삼성전자 부회장 및 등기이사,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미국 비지니스 카운셀 정회원, 이탈리아 엑소르그룹 사외이사, 보아오포럼 상임이사 등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 부회장은 엑소르 사외이사에서 물러났고, 오는 4월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 상임이사직도 그만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측은 "엑소르 사외이사는 임기가 만료돼 자연스럽게 그만뒀다"고 설명했고, 보아오포럼 상임이사직 연임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보아오포럼 상임이사직도 포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이 부회장의 행적을 볼 때 이런 글로벌 타이틀을 포기하는 것은 그의 의지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피아트크라이슬러(FCA)로 유명한 엑소르 그룹과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인 전장(전자장치) 사업과 매우 유대 관계가 깊어 사외이사직 유지가 사업적으로 마땅한 결정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엑소르와 전장 관련 인수합병(M&A)을 타진해왔지만, 오너가 구속되면서 현재 이런 조율은 올스톱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에 대한 소명이 인정돼 자유의 몸이 된다 해도 그간 쌓아올린 네트워크를 복구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재계 관계자는 "구속 신분이 길어지면서 각 직함을 수행할 수 없는 처지가 되자 사실상 "글로벌 네트워크 유지도 힘들어졌다"며 "당장의 피해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제 때 사업하지 못한 삼성의 향후 손실은 곧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 같은 세계 최대 기업이 오너의 부재만으로 흔들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도 이를 인식하고 2018년도 임원 인사에서는 차기 전문경영인(CEO)이 될 부사장 승진자를 대폭 늘리는 등 조직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부사장이 된 승진자는 27명으로 역대 최대다.

그럼에도 '오너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CEO 체제는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고 한계 또한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한 해 투자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기업이다. CEO는 단기 실적에 치중할 수 없는 위치이고, 투자에 실패할 때도 그만두면 그만"이라며 "장기적 안목에서 대규모 투자 단행은 오너가 아니면 책임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9일 76번째 생일을 맞는다.
올해 이 회장의 생일은 삼성의 공식 행사 없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 등 가족과 조용히 치룰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에 VIP 병실에 입원 중인 이 회장은 여전히 의식이 불투명하지만 건강이 악화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10일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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