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전북 김제시...'공로연수' 놓고 반발 조직위기
2018.01.14 14:42
수정 : 2018.01.14 18:27기사원문
【전주·김제=이승석 기자】단체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낙마하면서 ‘조타수를 잃은 난파선’이 된 전북 김제시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정년을 앞둔 일부 공로연수 대상자들이 ‘항명(抗命)’으로 맞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상·하간 엄격히 구분된 공직사회에서 인사권자의 권한을 무시하고 ‘연공서열’ 대로 승진을 요구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4일 전북도와 김제시에 따르면 최근 국장급 등 김제시 정기인사를 앞두고 공로연수 대상자 16명 가운데 7명이 ‘공정한 인사제도 시행’을 요구하며 공로연수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연공서열’ 인사 주장...최근 인사문화 ‘역행’
공로연수를 거부하는 이들은 “시정을 농단 하고 있는 내부 비선실세들을 색출해 인사조치하고, 서열대로 승진시키면 당장 공로연수에 들어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국장급인 4급 서기관 2명을 비롯해 일선 읍·면·동 주민센터를 책임지는 5급 사무관에 이르기까지 기초지자체에서 주민들의 민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보직을 맡고 있다.
김제시 한 공무원은 “앞서 선배 공무원들이 공로연수를 통해 자리를 비켜줘 직급 또는 직위 승진했음에도 ‘비선실세’와 ‘서열대로 승진’ 등을 이유로 인사권자의 권한에 도전하는 것은 볼썽사납다”며 “(공로연수 거부하는) 이들의 주장에 일부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대다수 시민들이 볼 땐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문화를 깨고 업무능력 등을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하는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과 함께 소문에 근거, 비선실세를 운운하며 인사권에 도전하는 행태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단체장 공백으로 시정을 다잡아야 할 시기임에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인사를 거부하는 등 공직기강이 무너진 상황에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현재 법상 동일 직급·직위에서 1명을 승진시키려면 7배수, 2명은 5배수, 3명 이상은 4배수 안에서 승진후보자 명부를 작성, 인사권자가 전문성과 업무능력 등을 판단해 심의하게 된다.
■‘하는 일도 없이’ 월급받는 공로연수...시민들은 ‘냉담’
여기에 관행적으로 정년을 1년 앞둔 공무원에게 사회적응 기회를 준다며 직을 유지한 채 급여를 지급하는 ‘공로연수제도’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특별한 일도 하지 않는데 굳이 세금을 들여 공무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게 적정한가라는 반론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인사적체를 해소함은 물론,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취지로 김제시는 물론, 전국 지자체, 중앙부처에서도 수십년째 시행하고 있다. 김제시는 공로연수를 거부하는 대상자들을 태스크포스(TF)팀으로 전보한다는 인사방침을 정했지만 내부 등의 게선 반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은 15일부터 김제시를 대상으로 인사와 예산 등 기관운영 전반에 대해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도 지난해 12월 말께 김제시를 찾아 조사를 진행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인사권은 법에 따라 시장 권한대행인 부시장에게 있고, 직·간접적으로 ‘기관운영에 철저를 기해달라’는 등 당부를 했지만 현재는 관련자료 요구에도 무대응 상태”라며 “이를 거부해도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제시는 지난해 11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건식 전 시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가 확정돼 시장직을 잃게 됨에 따라 현재 부시장이 시장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2press@fnnews.com 이승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