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 100bp에 다가서는 물가채

      2018.01.15 13:44   수정 : 2018.01.15 13:44기사원문
외국인의 물가채 매수와 BEI(Breakeven inflation) 급등으로 물가채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연간 1.9% 상승하면서 오랜 기간 지속됐던 저물가 우려가 사그라든 가운데 그간 물가채 저평가나 최근 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채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스콤 체크(3275)를 보면 외국인은 지난 금요일 물가16-5호를 576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4일간 물가16-5호를 1226억원 순매수하면서 물가채에 대한 관심을 피력했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미국 장기채 금리가 오르고 물가채 강세에 기여한 바 크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BEI도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 국제유가 오르는 가운데 외국인 물가채 매수..BEI 90bp 넘어서
코스콤 체크(3762)를 보면 10년 명목국채에서 물가채를 뺀 BEI는 12일 현재 90을 넘어선 91.7bp를 기록 중이다.

물가채는 올해 1월2일만 해도 BEI가 64.7bp 수준을 보이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연출했으나 5일 70bp를 넘어선 뒤 9일엔 85bp 수준으로 올랐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최근의 저평가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BEI는 지난해 초 100bp를 넘어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보일 듯했으나 3월 중순 이후 100bp 아래로 떨어진 뒤 4월엔 60bp대로 하락했다.

재작년 말이나 작년 초의 물가 오름세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BEI는 지난해 4월부터는 추가 상승에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작년 10월, 11월 물가 오름세가 크게 꺾이면서 BEI는 하락 추세를 지속했고 지난해 사실상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2월28일엔 63.2bp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외국인이 물가채에 손대기 시작하면서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유가 상승세가 견조한 점 등이 외국인의 연초 선제 매수의 요인으로 추정된다.

지난 12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초반 낙폭을 만회하고 배럴당 64달러를 상향 돌파했다. 닷새째 올라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의 물가채 매수는 연초 유가 상승 무드와 맞물려 주목을 끄는 측면이 있다.

지난 주말엔 러시아 에너지장관이 "글로벌 원유수급이 아직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고 발언해 유가 상승 분위기를 연장시켰다. 달러화가 크게 약해진 점 역시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WTI 2월물은 전장보다 50센트(0.8%) 오른 배럴당 64.30, 브렌트유 3월물은 61센트(0.9%) 높아진 배럴당 69.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한 주간 4.7% 올라 4주 연속 상승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비회원국들이 오는 6월 정례회의에서 감산 출구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도 “공급과잉이 줄고 있기는 하지만 수급이 완전히 균형에 이룬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적으로 물가 상승요인으로는 최저임금 16% 인상 등이 꼽히고 있다.

▲ BEI 100bp 앞두고..수급기반 강화 여부 중요
BEI가 최근 빠르게 올라오긴 했지만 여전히 메리트가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투신권의 한 매니저는 "BEI가 최근 빠르게 올랐고 일단 1%에서는 막힐 수 있으나 다시 축소로 방향을 튼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그 지점에서 등락하다가 물가 상승률 발표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채는 10-4, 11-4호 등 만기가 짧은 물건을 중심으로 가격 정상화에 좀더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물가 상승률과 그간 괴리를 보였던 상황이 좀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BEI의 스프레드 어느 수준을 적정하다고 봐야 할지 의견이 다르긴 하지만, 그간 수급 요인 등으로 물가채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웠다는 인식은 강한 편이다.

이 매니저는 "올해는 긴 물가채도 정상화를 향해 갈 것으로 본다. 정상화는 물가상승률과 BEI의 괴리 30~50bp 수준"이라며 "외국인도 사고 있으며, 퇴직연금 쪽에서도 물가채 투자를 조금만 늘리면 금방 저평가가 해결될 수도 잇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기가 길고 금액이 큰 퇴직연금계정에서 인플레 헤지 상품중 하나인 물가채에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현재까지는 인식 부족으로 2년 회사채나 카드채 등만 찾았다. 작년 보수차감전 기준으로 물가채 펀드가 일반 채권형보다 성과가 좋았다. 캐리효과, 즉 원금 상승효과가 BEI가 낮을 수록 커지기 때문에 캐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수급 기반이 좀더 확대되고 코어 물가가 제대로 반등해 준다면 물가채가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향후 물가 상승세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있다. 유가 오름세가 셰일유 수급 효과 등으로 주춤할지 여부, 미국 물가 등 봐야 할 게 많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유가가 슬금슬금 오르고 최저임금도 오르는 사이 BEI가 크게 올랐다"면서 "좀 길게보면 미국의 재정정책이 물가를 끌어올릴 것인지, 반짝 하고 말 것인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책은 교과서적으로 볼 때 물가만 올리고 성장률을 견인하지 못하는데, 지금 그 효과를 알 수 없어 다들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다. 유가 차원에선 중동 국가들의 재정적자 문제와 미국 셰일유 수급 효과 등이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튼 수급의 변화 여부가 BEI 100bp 상향 돌파 여부의 키가 아니냐는 지적은 적지 않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장에서 외국인이 물가채를 사고 국내 기관은 팔았다. 일단 BEI가 100bp에선 한 차례 걸릴 것인데, 이번엔 특이하게 외인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외인과 함께 국내의 또다른 수급 보강이 이뤄질지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례나 물가의 경우 연초에 바짝 오르는 계절성이 있어 과연 물가채가 올해의 히트 상품이 될지 미지수라는 견해도 보인다.

C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BEI의 경우 2016년 말부터 2017년 3월 정도까지 오른 뒤 하락했다. 올해 역시 상황이 다를 것같지 않다"면서 "유가도 이미 많이 올라 여기서 더 오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정부의 의지와 좀더 두터워지는 시장
지난해 말 정부는 물가채 제도개선안을 발표하기도했다.

정부는 "물가채 공급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2018년에는 1.5조원 수준에서 물가채 발행을 추진하고 물가채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물가채 월 발행량을 수급 여건이나 수요조가 결과 등을 감안해 결정하고 물가채 선매출 실시, 교환 발행 정례화 등을 통해 유동성을 높일 방침이다.

일단 올해 6월 물가채 지표물 변경 전에 선매출을 실시해 신규 지표물에 대한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다. 물가채 경과물과 10년 명목채의 교환을 정례화하고 물가채 수요 증가시 물가채 경과물과 지표물간의 교환을 검토할 예정이다.

최근 물가 상승이나 외국인의 물가채 매수 등으로 호가가 이전보다 촘촘해지고 시장 안정성이 강화된 듯한 모습도 보인다. 이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인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채 발행규모를 거론하고 발행에 제한을 두면서 전체적으로 물가채 수급이 개선된 측면이 있고 호가도 좀 두터워진 면이 있다. 과거처럼 수급이 부실한 상황에서 가격이 급락하는 등의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좀 줄어든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올해 물가채가 연초부터 주목을 받고 있지만, 불안정도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상황은 좀더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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