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미사일 소동'
2018.01.15 17:15
수정 : 2018.01.15 17:15기사원문
1941년의 진주만 공습은 미국인들에게는 영화 속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여전히 악몽이다.
실전 배치를 앞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진주만의 악몽'을 일깨운 건가. 3일(현지시간) 아침 하와이에서 대소동이 빚어졌다. 주민들 휴대폰에 '탄도미사일 접근 중. 즉시 대피할 것'이란 비상경보 문자메시지가 뜨면서다. 주정부 비상관리국(HEMA)이 오보였음을 알리기까지 38분간 하와이는 공포의 도가니였다. 다수 주민들은 비교적 빨리 피신처를 찾았지만, 일부 외지인에겐 CNN 방송의 표현처럼 '천국에서 패닉(공황)' 상황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 소니오픈에 참가한 존 피터슨은 트위터에 '매트리스 아래에 아내, 아기와 함께 숨어 있다. 제발 이 위협이 진짜가 아니라고 알려달라'는 글을 올렸다.
소동은 HEMA 요원이 근무교대 중 실수로 경보 버튼을 잘못 누른 데서 비롯됐다. 일종의 해프닝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7200㎞ 떨어진 하와이 주민들의 예민한 반응에 비해 정작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 판인 우리는 너무 무덤덤한 인상이다. 평소 긴급재해 대처훈련을 실시 중인 하와이 주정부는 지난해 12월 30여년 만에 핵 대피훈련까지 했다. 반면 우리 정부 당국은 얼마 전 북한의 보복공격에 대비한 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나서 위험을 조장하는 오해와 불안감"을 이유로 댔지만, 대체 뭘 믿고 북핵 대피훈련이 불필요하다는 건지 궁금하다.
kby777@fnnews.com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