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도체 “IoT시대 저사양 반도체 수요 커”…통합복권 운영사도 추진
2018.01.18 09:46
수정 : 2018.01.18 09:57기사원문
[제주=좌승훈기자] ㈜제주반도체(대표 박성식.조형섭)는 제주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자체 공장 없이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반도체 R&D 중심 회사(팹리스.Fabless)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936억원 수준. 제주도 전체 수출액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통상 팹리스 업체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제주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조형섭 대표(55)의 이력도 특이하다. 변호사다. 사법연수원 26기다. 2000년 삼성반도체 출신의 박성식 대표(55)와 함께 ㈜제주반도체 전신인 EMLSI를 창업했다. 박 대표가 개발에 전념하고, 조 대표가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형태다.
조 대표는 “반도체 시장은 하이테크 고품질만 필요한 게 아니다”며 “창업 당시 반도체 틈새시장, 국내 대기업들이 외면한 저사양 메모리 반도체 펩리스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 연구원-수출 위주 기업…본사가 제주에 있으니, ‘제주’반도체
제주반도체로 사명을 바꾼 사연도 흥미롭다. ㈜제주반도체는 2005년 서울에서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했다. “회사가 연구원 위주, 수출 위주가 되다 보니 굳이 본사가 서울에 둘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2013년에는 본사가 제주에 있으니, 회사명도 EMLSI에서 제주반도체로 변경했다.
조 대표는 본사 제주 이전을 “자발적.자생적 이전”이라고 말했다. 아내가 제주지법 판사(2001년~2003년)로 재직하던 시기여서 주말 부부에다 바이어들과의 비지니스 미팅 또한 제주에서 가졌다고 한다.
조 대표는 ㈜제주반도체를 제주 ‘말뚝’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직원 수는 85명. 경기 판교에 있는 R&D(연구개발)센터에 45명 근무하고 나머지 40명은 제주 본사에 있다. 특히 이중 33명이 제주대 출신이다. 제주도 이전 당시 채용한 제주 공채 1기 4명은 사원에서 차장이 됐다.
㈜제주반도체는 제주대학교와 산학협력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설계 실무과정인‘트랙’을 운영하고 있고. 매년 설계분야와 테스트 엔지니어로 2~3명을 채용하고 있다.
조 대표는 “제주에서 제2도약의 토대가 구축됐다”고 말했다. ㈜제주반도체지난해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제주지사 사옥을 168억원에 매입했다. 조 대표는 “본사 사옥 마련과 개발 투자를 위해 양수를 결정했다"며 "사옥 건립으로 최고의 업무환경을 제공하고 투자수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에는 16층 규모로 본사 사옥 겸 오피스 빌딩을 신축할 예정이다.
㈜제주반도체는 2004년 연구소 용도로 20억여원을 들여 매입한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산 39번지 부지(25만2000여㎡)를 매입했다. 조 대표는 이에 대해 “급할 것 없다. 상당 부분이 곶자왈 지역이며, 독자 개발이 어렵다”며 “지역 전체 발전을 위해 주민(명리동)들과 협의해 큰 그림을 그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곳에는 주차장 용도로 사용하던 5000㎡ 규모의 땅에 단독주택 12가구로 구성된 전원주택단지로서 '제주국제학교 포레(Forest Residence)'를 지난해 11월 착공했을 뿐, 나머지는 아직 계획이 없다.
■ 노키아 아픔 딛고 지난해 1171억 매출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조 대표에게는 올해 두 가지 목표가 있다. 먼저 올해에도 지역 내 수출 1위 기업으로서, ‘월드 클래스 300’ 다시 말해, 글로벌 강소기업 300개를 육성하기 위해 2011년부터 시작된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에 진입하는 것이다. 매출이 400억 원~1조원인 중소. 중견기업을 의미한다.
전망도 밝다. 시장 조사기관들은 올해에도 메모리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제주반도체가 집중하고 있는 SLC(Single Level Sell) NAND 메모리 시장의 공급 부족은 공급처의 생산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 D램에 국한됐던 메모리반도체 제품군도 현재 낸드플래시와 ‘멀티칩패키지’(MCP) 등 2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조 대표는 “주 거래처인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아 800억원대에 달했던 매출액이 지난 2013년 14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이후 5년 간 제품 및 고객 다변화를 통해 매출액을 8.38배나 신장시켜 지난해에 창사 이래 최대 매출액인 1171억원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제주반도체는 지난 15일 전망 공시를 통해 올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1519억원, 영업이익이 15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목표는 제주 대표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복권 단말기 고도화 기술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오는 3월 입찰이 예정된 복권사업 운영·관리사로 참여하는 것이다.
국내 복권시장은 연간 4조원 규모이며, 온라인복권(로또)과 인쇄·전자복권이 통합·운영·관리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2004년 '복권 및 복권기금법' 시행 이후 관광복권 발행을 중단하는 대신 통합복권 수익금을 받는 법정배분기관 중 하나로, 복권기금 지원액이 연간 1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그렇지 않아도, 복권 기금을 받아 운용하는 기존 사업의 기득권을 인정할 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주반도체가 통합복권 운영사로 선정된다면, 지역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 모바일.커스터마이즈드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성장 목표
현재 ㈜제주반도체의 주요 거래처로는 중국 국영 ZTE사와 미국 나스닥 상장사로서 디지털 보안기업인 제말토(Gemalto.네덜란드), 미국 피트니스 웨어러블 기기 대표기업인 피트빗(Fitbit) 등이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휴맥스이 주 고객이다.
조 대표는 “㈜제주반도체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모바일 및 커스터마이즈드(customized) 메모리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2023년까지 매출액 3억불 달성을 위한 청사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를 위해 “향후 성장성 있는 자동차향 반도체 시장에 진입해 사물인터넷(IoT)향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전략적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정적인 제품 생산을 위해 대만 업체와 전략적 협력도 추진 중이다
한편 ㈜제주반도체는 지난해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 그룹으로부터 7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고 60억원 규모의 반도체 설계 용역을 수주한 바 있다. 올해에도 UMC로부터 40억원이 투자 유치된다.
조 대표는 “해외 업체로부터 러브콜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그러나 몇 년 전 중국 투자 실패 경험으로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건너라'라는 속담을 교훈 삼아 투자 파트너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