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前대통령 일가 640만달러 의혹' 고발인 조사 안해.. 형평성 논란

      2018.01.22 17:18   수정 : 2018.01.22 17:18기사원문
이명박(MB) 정권을 겨냥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비자금 사건이 연일 관련자를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뇌물 의혹 사건은 배당 3개월이 넘도록 고발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보수 정권의 '적폐청산'에는 강공 모드지만 진보정권 대상 사건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속전속결 MB 수사, 640만달러는 "자료검토중"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진보 정권과 보수 정권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된 사건은 MB의 다스 비자금 의혹 등 고발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뇌물 의혹 고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다스 비자금 사건'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달 7일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다스의 실소유주와 정호영 전 특별검사를 고발하며 시작됐다. 검찰은 당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사건을 배당했다가 보름 뒤 서울동부지검에 별도의 전담 수사팀까지 꾸려가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장에는 다스 실소유주가 차명계좌를 통해 2008년까지 약 12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횡령, 범죄수익 은닉, 조세회피 의혹이 있으니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수사팀 구성 4일 후 다스 관련 취재를 해온 주진우 기자를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하는 한편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이자 피고발인인 이상은 다스 대표 등 주요 관련자 여러 명을 출국금지했다.

고발인 조사도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졌다. 검찰은 고발장 접수 3주만에 참여연대와 민변 관계자를 불러 7시간 가량 조사했다.

다스 수사는 이달 11일 검찰이 다스 본사와 이상은 다스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17일 이 전 대통령 재산과 집안 대소사를 40년 이상 관리하며 '집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78)을 구속하면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이 언론을 통해 개략적인 수사과정을 밝히는 등 다스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것과 달리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은 사실상 답보상태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2009년 박연차 회장을 상대로 한 정.관계 로비 사건 수사 당시 밝혀진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노건호씨 등 5명을 지난해 10월 13일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3일 후 형사6부(박지영 부장검사)에 배당했으나 수사 초기단계인 고발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인 조사 계획에 대해 "현재 관련 자료를 검토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사건은 검찰이 2009년 6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2006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박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미화 합계 640만 달러를 뇌물로 받은 혐의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와 아들 건호씨가 500만 달러(2008년 2월 박연차→조카사위.노건호), 부인 권양숙 여사가 100만 달러(2007년 6월 박연차→권양숙), 딸 정연씨가 40만 달러(2007년 9월 박연차→노정연)를 각각 수수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공소권없음' 결정하고 불기소 처분하며 사건을 일단락했다.

■"공정한 수사절차 통한 정의도 중요"

법조계 일각에서는 100만 달러와 40만 달러는 이미 뇌물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500만 달러는 2023년까지 공소시효(2007년 12월 법개정으로 종전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가 남아 수사가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다만 뇌물 혐의의 핵심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 사망으로 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다스 수사와 마찬가지로 국민적 관심 사건에 대해 고발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수사 형평성 논란과 함께 검찰 중립성이 의심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발인 소환이 아직도 안됐다는 것은 사실상 수사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검찰은 정의구현에 앞서 공정한 수사 절차를 통해 정의롭게 보이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인사권이 대통령에 있는 구조에서 권력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고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MB)이 수사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현직 대통령이 '분노'를 표출했다고 밝히는 것은 검찰 윗선에서는 '구속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같은 검찰 개혁 방안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수사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검찰이 스스로 입증해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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