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회의원 선거캠프서 만난 연인, 데이트폭력 영향 자살" 배상판결

      2018.02.02 16:00   수정 : 2018.02.02 17:17기사원문

국회의원 선거캠프에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한 20대 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데이트 폭력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유족에게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2015년 4월 A씨(당시 26세)와 B씨(여·사망 당시 24세)는 서울 모 지역구 재보궐 선거에 입후보한 C의원 캠프에서 선거 도우미로 만났다. 이들은 2주 만에 연인이 됐고 A씨는 C의원이 국회에 입성하자 비서로 근무했다.

이들은 기념일을 챙기고 선물을 교환하기도 했다.

■피해여성 "의원실 일하니 아는 변호사 많겠지" 고통
그러나 A씨는 B씨에게 짧은 옷을 입지 못하게 했고 SNS에 올린 수영복 차림을 모두 지우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같은해 여름에는 B씨가 잠시 연락이 닿지 않자 3~5분 간격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100통 이상을 보내고 63회에 걸쳐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다음해 3월에는 사소한 말다툼 끝에 B씨의 목을 때리고 넘어뜨리는 등 1시간여 동안 114회에 걸쳐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친언니에게 '그 남자가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니 아는 변호사나 경찰관이 많아 자기 유리한 쪽으로 하겠지만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다'며 '목 졸린 게 생각나서 숨을 못 쉬겠고 답답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 조사를 받고 귀가한 뒤 경기를 일으켰고 특히 데이트폭력 직후 '나도 모자랐지만 너 또한 모자랐어'라고 보낸 A씨의 문자메시지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고 유족들은 설명했다.

B씨는 정신과 의원을 찾았지만 예약을 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렸고 A씨가 의원실 동료에게 '여자친구가 혼자 넘어져 다쳤다'고 거짓말을 한 사실을 알게 되자 친구들에게 '왜 이런 고통을 당해서 고통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그날 B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은 "오랜 기간 데이트폭력으로 B씨가 자살했다"며 1억4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씨는 "B씨와 10개월 동안 행복한 교제를 했다"며 "자살과 폭행은 관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행복한 교제였고 자살과 폭행, 인과관계 없어"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유가족이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4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무리 연인이라 해도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사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허용될 수 없다"며 "사건의 폭력 전후 과정을 종합하면 연인 사이에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실랑이를 벗어난 의도적이고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폭력의 내용과 지속된 시간 등에 비춰 여성인 B씨가 감내하기 어렵고 과도해 심신의 고통을 겪은 것은 자연스럽다"며 "출구가 없다는 절망적인 심리 상태에 빠져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폭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앞서 A씨는 폭행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해당 판결에 대해 A씨와 검찰은 모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C의원측 한 관계자는 "A씨는 선거 때 도와줬다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뒤 퇴사한 상태"라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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