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택배 발신인 허위기재, 불이익 줄 의도였다면 사문서위조“
2018.02.04 09:00
수정 : 2018.02.04 09:00기사원문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폭죽으로 만든 가짜 폭발물 택배상자를 정부서울청사에 보내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26)의 상고심에서 사문서위조 혐의를 무죄로 판단, 징역 1년2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전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 형사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4월17일 광주광역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미리 구입한 폭죽 50∼60개를 다이너마이트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검은색 테이프로 감아 만든 가짜 폭발물 등 택배상자를 정부서울청사로 보낸 혐의(협박 미수)로 기소됐다.
박씨는 평소 자신의 행동을 꾸짖는 숙부에게 불만을 품고 정부의 사업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해당 택배 상자의 발신인에 숙모 명의와 숙부가 운영하는 사업장 주소가 기재된 출력물을 부착해 우체국 직원에게 건네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를 적용했다.
반송된 택배상자를 받은 박씨의 숙부는 택배상자 안에 '폭탄이 들어 있습니다. 열어보지 마세요. 열면 폭탄이 터져요'라는 내용이 기재된 것을 보고 실제 폭발물로 오인, 112에 신고했다. 이 신고로 경찰관 44명, 소방관 15명, 군 병력 18명, 경찰차 10여대, 소방차 4대가 출동했고 검찰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박씨는 앞서 2014년에도 허위의 폭발물 신고를 해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바 있다.
1심은 “누범 기간인데도 다시 동종의 범행을 저질러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택배상자 겉면에 사람의 이름과 주소만 기재돼 있는 발신인 표시는 직접적인 법률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표시를 내용으로 담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며 형법상 문서죄에서 사문서라고 할 수 없다"며 사문서위조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1년 2월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상 사문서는 법률관계의 발생·존속·변경·소멸의 전후 과정을 증명함이 주된 취지인 문서 뿐만 아니라 법률관계에 단지 간접적으로만 연관된 의사표시나 권리·의무의 변동에 사실상으로만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표시를 내용으로 하는 문서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발신인 표시 출력물은 협박 범행 행위자를 표시하고 수신인이 이를 확인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어서 거래상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나 그 내용이 법률상 또는 사회생활상 의미 있는 사항에 관한 증거가 될 수 있어 형법이 정한 사문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