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뒤집힌 이재용 판결, 집행유예 석방 "최고 정치권력자가 삼성 겁박한 사건"(종합2보)

      2018.02.05 16:00   수정 : 2018.02.05 16:00기사원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수백억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구속 353일만에 석방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1심 판단과 달리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으로부터 삼성이 겁박당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하고 1년간은 나를 돌아보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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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일만에 자유 찾은 이재용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도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같이 석방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역시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 및 1심 재판부와 상반되는 판단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특검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측근에게 뇌물을 준 정경유착의 전형으로, 원심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 사건을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측근인 최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본다"며 "피고인들은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알고서도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채 거액의 뇌물공여로 나아간 것"이라고 판단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삼성의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이나 '부정한 청탁'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추진한 일부 현안이 성공할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및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효과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이는 계열사들의 경영상 필요나 목적성이 있고 이 부회장에게 미치는 효과의 크기도 주관적인 것"이라고 전했다. 뇌물공여 범행에 대한 책임을 이 부회장에게만 지울 수 없다는 취지다.

■"국정농단 주범은 朴-崔"
또 피고인들이 뇌물을 건넨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익이나 특혜를 요구했거나 실제로 취득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은 헌법상 부여받은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 준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씨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이날 항소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데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회장 측 이인재 변호사사법연수원 9기)는 선고 직후 "중요한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용기와 현명함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다만 변호인 주장 중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은 상고심에서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이 최씨 측에 제공한 승마 지원 중 일부를 뇌물로 인정한 부분 등을 다투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한편 삼성은 이 부회장이 이날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를 받으면서 석방되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 계열사 임직원들은 이 부회장이 거의 1년 만에 영어의 몸에서 풀려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특별검사팀의 대법원 상고 가능성과 일각의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은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을 조기에 정상화할 계획과 함께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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