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구두친서'에 쏠린 눈.. 3차 남북정상회담 앞당겨질까

      2018.02.05 17:51   수정 : 2018.02.05 21:54기사원문

북한 헌법상 최고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가져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구두친서' 내용은 무엇일까. 북한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제재가 이어지자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김영남은 1인자 아래 형식적 국가수반이란 이중적 지위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대신 '구두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90세란 고령의 메신저를 통해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파격적인 제안을 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의 구두친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 전문가는 "북은 구두친서를 굉장히 중요시해서, 과거에 구두친서를 남측에 전달할 때 무릎을 꿇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과의 만남이 가장 주목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김영남의 만남에 대해 "만남 여부를 비롯, 형식과 명칭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평창올림픽 이후 북핵.미사일 문제, 한·미 군사훈련, 북·미 회담 여부 등 지뢰밭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 구두친서 가능성

청와대는 형식적이라곤 하나 북한 헌법상 최고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첫 방남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남북관계 개선과 올림픽 성공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북한이 진지하고 성의있는 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고위급대표자 대화 등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해 올림픽기간 장외에서 활발한 남북대화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고위급대표단 단장으로 김 상임위원장을 낙점한 것은 전체적으로 배려한 처사라는 분석이다. 1928년생인 그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큰 탈 없이 활동해 북한내뿐 아니라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도 신임도가 있다. 외교통으로 그동안 제3세계 국가들과 정상외교를 주로 담당해왔다. 정상급이지만 남북관계나 북핵문제를 주도적으로 결정할 순 없어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메신저 역할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김 상임위원장은 과거에도 남북정상회담과 연관이 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서울 답방 전에 김 상임위원장을 먼저 한국에 보내겠다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 출범 후 북·미 관계 악화로 이 같은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번에 김영남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고 싶다는 김정은의 의사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김영남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더라도 한국 정부는 김영남 방남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본격 추진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문제로 북·미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직접 설득하지 않으면 북한 비핵화는 한 발도 나가기 어렵다.

그동안 남북정상회담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0년 3월 당시 제1차 정상회담을 위해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후 남북 특사 간 세번의 접촉이 있었다. 제2차 정상회담은 2007년 2.13 합의 후 북핵.남북관계 등 진정으로 2월 27일~3월 2일 제20차 장관급회담 등이 진행됐다. 이후 김만복 국정원장이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방북해 8월 2차 정상회담 평양 개최를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 수해로 연기돼 10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총 300명의 대표단과 육로 방북을 할 수 있었다.

■북·미, 북·일 대화 가능성

김 상임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주요 정상급과 접촉을 가질지 관심이다. 이 같은 만남은 철저히 김정은의 지시대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북은 김정은의 명령이나 접촉 지시가 없으면 접촉을 못할 정도로 철저히 지시대로 움직여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며 "(김정은의 의도에 따라) 핵 문제는 피하면서 대화하는 패턴의 접촉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상임위원장과 함께 방남할 3인의 고위급단원도 관심이다.
일단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박광호 선전선동담당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최휘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김영철 대남담당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김일국 체육상 등이 고려된다.

이번 고위급대표단에 헌법수반이 포함된 만큼 최룡해까지 참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 메시지를 보면 이번엔 김일국 북한 체육상 겸 민족올림픽 위원회 위원장, 최희 북한 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 3인이 대표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대화가 관계개선을 위한 탐색전이기 때문에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한꺼번에 보내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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