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합이냐 사안별 연대냐.. 민평당 향한 민주당의 고민

      2018.02.11 17:26   수정 : 2018.02.11 17:26기사원문

더불어민주당이 민주평화당과의 관계설정 문제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소야대라는 국회 지형도를 바꾸려면 하루라도 빨리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는 반면,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맞서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민평당과의 재결합론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국회의 역학관계나 지형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현재 민주당은 121석으로 아직까지는 원내 제1당이지만 자유한국당과는 불과 4석 차이로 언제든 1당 지위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이다.

원내 1당의 지위를 잃으면 하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국회의장도 야당에 내줘야만 한다.


이같은 점을 감안해 민주당에선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부터 국민의당과 재결합 문제가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올해 국민의당과 민평당이 갈등끝에 결별한 뒤에는 민평당과의 재결합론이 부쩍 더 늘었다.

설훈 의원은 지난 8일 "대화를 많이 해서 양당 내에 있는 반대를 좀 무마시키고, 합치는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라며 "그 내용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통합의 절차로 가는 것이 정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당 전략기획 위원장인 김영진 의원도 지난달말 기자간담회에서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보면 민주당과 공통점이 많다"며 "햇볕정책을 존중하고 평화를 중시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중도개혁 이상의 개혁적 정당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선 이같은 재결합 언급이 아직은 금기어에 속한다. 지지층의 거센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등 아직 서로 남은 정서적 앙금이 지워지지 않고 있어서다.

추 대표도 최근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고, 당원들에 물어보도록 하겠다"며 "'우리의 정체성에 반한다, 물을 흐릴 수 있다, 민주당과 맞지 않는다'고 하면 당원들이 반대할 수 있다"고 선긋기를 했다.

고민은 이뿐만아 아니다. 호남의원들의 합류는 주류 비주류간 갈등 확대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여권의 관계자는 "친문 주류의 입장이 강경해 인위적인 정계개편 가능성은 앞으로도 없어 보인다"며 "지방선거 이후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당에선 민평당과 정책연대나 선거연대를 통해 지방선거 전까지 서로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어차피 정책 면에선 정체성이 비슷한 만큼 5.18 특별법을 비롯해 대부분 개혁 입법 과정에 연대가 가능해 보인다.


또 최근 이춘석 사무총장이 전남지사 출마를 준비해온 이개호 의원의 출마 자제를 권고한 것도 박지원 민평당 의원의 지사 출마를 염두해둔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에 당의 고위급 인사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연대나 통합 없이도 충분히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는데 굳이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할 자충수를 둘 이유가 없다"며 "이개호 의원에 대한 불출마 권유는 조만간 시작될 현역의원들의 출마러시를 막기 위한 사전 예봉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선거연대 등을 감안할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을뿐 아니라 앞으로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심형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