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상흔 ‘빼곡’…"아파도 소중한 역사"

      2018.02.18 15:50   수정 : 2018.02.18 16:29기사원문

[제주=좌승훈기자] 4·3 70주년 2018 제주 방문의 해를 맞아 평화와 인권의 학습장으로서 4·3 유적지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중산간에 있는 안덕면 동광리다.

최근에는 독특한 유형의 카페와 음식점, 게스트하우스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의 발길도 잦다.



특히 최근 대중교통 전면 개편과 함께 제주 중산간지역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관광지 순환버스가 운행됨으로써 뚜벅이 여행자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 제주 중산간 교통 중심지…인권·평화 학습장, 발길 잇따라

동광리는 교통환경이 사통팔달이다.
평화로변 동광 육거리는 제주시 연동・노형동 방면과 서귀포시, 그리고 한림읍과 대정읍, 안덕면 방면으로 길이 나 있다. 이 마을의 가장 큰 자산이다.


동광리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다.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추천하는 농촌관광 코스 10선에 선정된 곳이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서, 캠핑체험, 승마체험, 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관광코스로서 ‘생각하는 정원’ ‘유리의 성’ ‘오 설록 티 뮤지엄’ ‘제주서커스월드’과 연계해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근에 제주영어교육도시와 국내 최대 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도 있다.

■ 농촌체험휴양마을, 정부 지정 농촌관광 코스 10선에 선정

동광리는 국내 첫 ‘그린 빌리지’로서, 마을 주택 대부분이 태양광 발전설비가 구축돼 있다. 청정에너지 현장학습 장소로도 큰 인기다.

마을 공동체이자 배움터인 동광분교장은 2009년 폐교될 때까지 지난 41년 동안 졸업생 824명을 배출했다.


폐교 이후 마을에서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임대받아 녹색농촌체험마을 방문자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오름 탐방과 식물과 곤충을 관찰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주 5일 근무와 함께 가족·직장 단위로 조용하고 뜻있는 여행을 즐기려는 여행객이 증가함에 따라 휴가지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동광 농촌체험휴양마을이다.

■ 4·3 유적지, 무등이왓·큰넓게 “숨죽이며 흐느낀 질곡의 터”

동광리는 제주4・3의 깊은 상흔이 밴 곳이다. ‘무등이왓’은 옛 마을의 흔적을 통해 4·3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4·3 당시 초토화돼 폐촌이 된 ‘무등이왓’은 집터와 팽나무, 대나무 등만이 사람이 살았던 곳임을 알려준다. 이곳에는 최근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안내판들이 곳곳에 붙어 있어 4·3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인근 ‘큰넓궤’는 제주 4·3의 참극을 알린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의 촬영지다. 동광리 주민 120여명은 1948년 겨울 제주4·3 당시 50~60일 동안 캄캄한 굴속에서 피신 생활을 하다 토벌대에 발각됐고, 한라산으로 도망가다 붙잡힌 주민들은 정방폭포에서 총살됐다고 한다.

동광리 4・3 유적지는 생생한 평화와 인권교육 공간이다. 올해 4·3 70주년을 맞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전쟁이나 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의 대표적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4·3 유적지를 찾아 굴곡의 제주 현대사를 돌아보고,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것도 제주여행의 의미를 더하는 일일 것이다.


동광리는 오름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마을로 당오름(473m)을 기점으로 서쪽에 도너리오름(440m), 동쪽에 개오름(496m)이 있다. 도너리오름과 개오름 중간 지점에는 원물오름(458m)과 감낭오름(440m)이 있다.

당오름에 오른다. 옛날부터 당이 있어 주민들이 축원을 드리던 곳이었다고 한다. 평일 오후, 인적이 뚝 끊긴 그곳에는 매서운 칼바람 소리만 들릴 뿐, 고독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장소로서 겨울 오름만큼 좋은 곳도 없다.


탁 트인 전망과 구수하고 향긋한 흙 내음이 반갑다. 깊이 숨을 들이마셔 본다.


그러고 보니, 19일은 우수(雨水). 눈이 녹아 비가 된다던가? 겨울의 침묵과 인내를 깨고 여기저기 꿈틀대는 반란(反亂)의 기운. 제주는 지금 겨울과 봄이 맞닿아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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