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이라는 독보적 캐릭터

      2018.02.20 10:53   수정 : 2018.02.20 10:53기사원문





배우 고현정이 드라마 '리턴'에서 하차했다. 이미 수많은 설전이 오갔고, 출처 없는 루머들이 쏟아지며 양측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다. 아픈 상처를 다시 헤집을 생각은 없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까. 현재는 박진희가 고현정의 빈자리를 채우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저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리턴'은 고현정의 복귀작이라는 타이틀로 시작 전부터 주목 받았다. 그리고 베일을 벗은 뒤, 극적 스토리 전개는 물론 악역 4인방의 소름 돋는 연기까지 더해지며 인기에 날개를 달았다.

고현정이 그리는 최자혜 역시 뻔하지 않은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변호사라 하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각 잡힌 정장에 똑 부러지는 말투, 이글대는 눈빛으로 속사포 법정 대사를 쏟아내는 그런 인물과는 달랐다.

최자혜의 말투는 느긋하다 못해 느릿했고, 묵직한 카리스마보다는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매력에 집중했다. 어딘지 초점이 흐린 눈빛은 비밀을 감추고 있는 캐릭터의 이면을 읽을 수 있게 했다. 극 초반 이질감을 느꼈던 시청자들도 회를 거듭할수록 독특한 최자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고현정' 하면 1995년 방송된 '모래시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스물네 살이었던 그는 지금보다 여리여리하고 청초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수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긴 공백이 있었고, 2005년 '봄날'로 돌아온 고현정은 여전히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미모를 자랑했다. 세월은 그녀에게 원숙미를 선사했지만, 신비로운 매력은 여전했다.몸풀기를 마친 고현정의 매력 발산은 이듬해 시작된다. 2006년 '여우야 뭐하니'로 연하남과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를 그렸고, 2009년 '선덕여왕'의 미실 역을 맡으며 암사자 같은 카리스마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낸다.

2010년 '대물'의 서혜림 역 또한 고현정이 아닌 다른 배우를 상상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이어 '여왕의 교실'에서 보여준 차갑고 까탈스러운 초등학교 교사 역할도 그에겐 잘 어울렸다. 흐트러짐 없는 옷매무새의 레전드급 마녀. 아직 어리고 작은 초등학생들이 보기만 해도 벌벌 떠는 그런 캐릭터가 고현정에게 적역이었다.카리스마의 대명사 같던 그가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힘을 쭉 뺀 연기를 보여줬다. 현실 속의 딸로 돌아와 장년 배우들과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김혜자, 윤여정, 고두심, 나문희, 박원숙 등 엄청난 기(氣)를 자랑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고, 이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붙임성 있게 어우러져야 하는 역할이었다. 조인성과의 멜로 연기 또한 시청자들의 관람포인트 중 하나였다. 대선배들, 그리고 연하의 미남 배우 그 누구와도 삐걱대지 않는 호흡을 보여주며 남다른 내공을 인정하게 했던 그다.

배우의 연기력을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이나 잣대가 없는 만큼, 세월이 흐를수록 배우들은 연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자신만의 캐릭터 해석이 관객이 기대한 그것과 달라 예상치 못한 혹평을 뒤집어 쓰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늘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으로 일을 하는 것이 배우들이다.

또 하나, 연기력 만큼 중요한 것은 배우의 존재감이다. 등장만으로 장면과 분위기를 압도하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계속해서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고현정은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브라운관을 압도하는 매력이 확실히 있는 배우다. 최근 갖은 논란 속에서도 하차를 반대하는 시청자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았던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차의 아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고현정의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 또한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uu84_star@fnnews.com fn스타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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