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지나면 봄, 겨울을 떠나보내며 걷는 전국 여행길

      2018.02.22 19:49   수정 : 2018.02.22 19:49기사원문

봄의 길목에 선 2월도 얼마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옷매무새를 여미게 된다.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찬바람도 한층 훈훈해졌다.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긴 겨울 얼어붙었던 산천에서 봄의 기별을 전해온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나면서 남쪽바다에서 산 넘고 물 건너온 봄이 조용히 소식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짜기마다 머물렀던 개울물도 차츰 몸을 녹이며 봄 채비를 서두른다. 봄은 분명 코앞까지 다가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제주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걷기여행길을 따라 봄맞이를 떠나보자.

■경기 양평군 물소리길 4코스

양평 물소리길 4코스는 펑퍼짐한 추읍산 아래 흑천을 따라 동서로 흐른다. 경의중앙선 원덕역에서 용문역까지 6.2㎞의 짧은 길엔 논두렁과 철길, 구판장이 있는 마을, 레일바이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조선시대 세조와 송강 정철이 걷던 유서깊은 길로 임금이 행차 중 마셨다는 어수물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시종일관 청아한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또 추읍산 아래 들판은 겨울 딸기 재배지로 한겨울에도 딸기 체험이 가능하다.

■경기 연천 주상절리 트레킹코스

경기 연천 차탄교를 출발해 은대리성을 만나기까지 차탄천 협곡을 따라 주상절리 명소를 두루 거치는 9.9㎞의 걷기길이다. 길은 평탄하며 단순하다. 그러나 주변 풍광은 수시로 감탄스럽다. 길은 풍광이 바뀔 때마다 차탄천을 넘나든다. 그런 곳마다 어김없이 정겨운 돌다리가 나타나며 걷는 재미를 더한다. 이 길이 특별한 것은 수십만 년 전의 화산 활동 흔적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계곡 바닥은 주변의 평균 지표면보다 20~30m 낮아 걷는 내내 협곡을 이룬다. 또 협곡 양쪽 벽으로는 다양한 모양의 주상절리가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장관을 펼쳐놓았다. 주상절리를 감상하느라 걷기는 속도를 잊고, 대자연의 위대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풍광이 계속된다.

■경북 구미 금오산 올레길

경북 구미 금오산올레길은 금오산저수지 둘레에 난 길 2.3㎞ 코스다. 저수지 둘레를 걷기 때문에 오르막길이 없다. 코스도 짧아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금오랜드 앞 백운교에서 출발해서 금오유선장, 경상북도 환경연수원 앞, 물 위에 놓인 데크길, 제방길, 물 위에 놓인 데크길, 금오랜드 앞 백운교 순으로 걸으면 된다. 코스가 짧아 아쉬움이 남는다면 주변에 있는 채미정, 경상북도환경연수원, 올레길 전망대 등도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다.


■울산 동구 옥류천 이야기길

울산광역시 동구와 북구의 경계에 마골산(해발 297m)이라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있다. 험하지 않은 산이어서 주변 동네 사람들이 가벼운 등산을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마골산의 동남쪽 골짜기들을 흘러내린 물이 모여 만든 중심 계곡이 옥류천 계곡이다. 동구에서는 마골산 등산로와 옥류천 계곡길을 엮어서 '옥류천 이야기길'을 만들었다. 모두 네 코스로 1코스 동축사길, 2코스 소나무길, 3코스 소망길, 4코스 종주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길이 1코스 동축사길이다. 옥류천 계곡을 거슬러 오른 후에 천년고찰 동축사를 거쳐 내려오는 길이다.


■인천 강화군 강화나들길 7코스

인천 강화군 강화나들길 7코스는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강화갯벌의 낙조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화도면 화도초등학교에서 출발해 마니산 줄기인 상봉산 일만보길을 따라 능선을 넘으면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갯벌을 오른쪽으로 끼고 걷는 길이 강화나들길 7코스의 하이라이트다. 일몰로 유명한 장화리 일몰조망지를 지나면 아기자기한 산길을 따라 북일곶돈대에 닿는다. 돈대에서 바라보는 너른 갯벌과 장봉도, 주문도, 불음도 등의 모습이 일품이다. 강화갯벌센터를 둘러본 후에 작은매너미고개를 넘으면 화도초등학교로 원점 회귀한다.

■전남 장성군 장성호 수변트레킹길

전남 장성군을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강이 영산강의 지류인 황룡강이다. 황룡강은 오래 전부터 장성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강이다. 물이 맑고 물고기가 많아 천렵이나 소풍 장소로 인기가 많았다. 황룡강을 상류인 장성읍 용강리에서 막아 생긴 호수가 장성호다. 맑고 아름답던 황룡강의 옛 풍광이 사라져버린 대신 커다란 호수를 얻었다. 이 장성호에 길이 생겼다. 장성호 선착장부터 북이면 수성마을까지 이어지는 이십리의 호숫가 길이다. 장성호의 굴곡을 따라 큰 오르내림이 없이 유순하게 이어지는 편안한 길이어서 가족과 함께 걷기에도 그만이다.


■충남 예산군 느린꼬부랑길 1코스

충남 예산 느린꼬부랑길 1코스, 일명 '옛 이야기 길'은 길 이름처럼 '옛날 옛날 아주 오래 전 옛날에는~'으로 시작하는 옛 이야기가 듬뿍 담긴 길이다. 1964년부터 30여년 동안 국어교과서에 실린 '의좋은 형제'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이 이 길이 지나는 예산군 대흥면 상중리에 살았었다. 상중리 마을 뒷산인 봉수산 정상에는 임존성이 있다. 660년 7월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의 사비성이 함락되자 흑치상지 등 백제 왕족과 장군 등이 이 성으로 들어와 660년 8월부터 663년 말까지 3년여 동안 나당연합군에 맞서 싸웠다. 당시 나당연합군이 타고 온 배를 묶어 두었다는 이야기가 깃든 나무가 상중리 마을에 있다. 옛 이야기를 새기며 걷는 길이 새록새록 재미있다.


■제주 강정천 멧부리 산책로

삶이 신비로운 이유는 시작과 끝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강정천과 강정바다가 만나 '영원'을 이루는 멧부리는 그래서인지 더욱 아름답다. 제주의 화산이 만든 토양은 물을 가둬두지 못하고 지하로 내려 보낸다. 물을 머금지 못하고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제주의 일반적인 하천과 달리 강정천은 사계절 맑은 물이 흐른다.
기암절벽과 노송이 어우러진 멧부리 산책로를 걷다보면 천천히 다가오는 봄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강정천 하천 바닥을 따라 걷는 하천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강정천의 맑은 물이 폭포를 이루며 강정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과 함께 범섬에 걸린 해는 연신 셔터를 누르게 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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