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상영하는 기차, 바다열차·정선아리랑열차

      2018.02.23 08:45   수정 : 2018.02.23 08:45기사원문

바다로, 산으로 기차가 달린다. 걸어서 혹은 자동차로 보지 못할 비경을 기차에 편히 앉아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네모난 창문이 영화관 스크린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상영한다.

비슷한 경치에 지루할까 때론 터널을 지나고, 해변을 스치고, 협곡을 통과하고, 간이역에 정차한다.

운전하느라 고생할 일 없이 사랑하는 이와 어깨를 맞대고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는 기차 여행은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공감하기 좋다.
정동진에서 출발해 동해, 삼척까지 이어지는 바다열차는 푸른 바다가 온몸을 물들인다. 뾰족한 산봉우리 사이를 구불구불 달리는 정선아리랑열차는 산골의 고즈넉한 정취에 빠져든다.

바다열차는 기차 여행에서도 최고의 선택이다. 정동진, 동해, 삼척 등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구간이 많아 이름도 ‘바다열차’다. 정동진역에서 출발해 북쪽에 자리한 안인역으로 갔다가 남하하면서 정동진역에 다시 정차하고, 묵호역과 동해역, 추암역, 삼척해변역을 거쳐 삼척역까지 운행한다. 주말에는 매진되는 좌석이 많으므로 예매하는 게 좋다.

정동진은 서울 광화문에서 정동 쪽에 위치한 곳으로, 정동진역 승강장 옆에 역 이름을 새긴 비석이 있다. 정동진역-안인역 구간에는 정동진해변, 등명해변, 강릉통일공원, 안인항 등이 포인트다. 정동진역에서 남쪽으로 가며 잠시 바다와 떨어졌다가 옥계항 근처에서 다시 만난다. 도직해변, 망상해수욕장, 대진항을 지나면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이 출발하는 묵호항이다.

동해역을 지나 추암역에 가까워지면 바다가 다시 고개를 내민다. 종착역인 삼척역까지 가도 좋지만 추암역에 내리길 추천한다. 동해안에서 가장 이름난 해안 절경인 추암 촛대바위가 코앞이다. 계단을 내려가서 5분이면 촛대바위 앞에 이른다. 일부러 깎은 듯 길고 뾰족한 모양이 촛대를 빼닮았다. 해안 절벽을 따라 촛대바위를 감상하기 좋은 산책로가 이어지고, 촛대바위 옆으로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돌아 내려오는 길에 바다를 향해 지은 조선 시대 누각 해암정과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가 근사하다. 추암역에서 정동진으로 돌아가는 바다열차를 탑승가기까지 40~60분 여유가 있으므로 촛대바위 일대와 추암해수욕장을 둘러보기에 넉넉하다. 기차 안에서 사연을 담아 노래를 신청하거나 퀴즈를 풀고 선물을 받는 등 작은 재미도 있다. 바다열차는 객차 네 량으로 평일 하루 2회, 주말 3회 왕복 운행한다. 왕복 3시간 10분~3시간 30분(안인역 미 경유 시 약 2시간 10분) 걸린다.

바다열차로 바다의 외면을 감상한다면, 경포아쿠아리움에서 바닷속 생명체를 만날 수 있다. 닥터피시와 불가사리를 직접 만지고,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형 아쿠아리움이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커먼클라운피시, 성격이 비교적 온순한 블랙팁샤크, 아마존의 거대 담수어 피라루쿠, 몽환적으로 생긴 보름달물해파리 등 흥미로운 생물이 가득하다. 오전 일찍 방문하면 우리나라 수달과 훔볼트펭귄에게 먹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명주동은 고려 시대부터 강릉의 중심으로, 골목 곳곳에 원도심의 매력이 남았다. 옛 명주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탄생한 명주예술마당에는 공연장, 갤러리, 창작 공방 등이 있다. 명주사랑채에서는 아메리카노 한 잔 값으로 커피 체험이 가능하다. 핸드 드립, 프렌치 프레스, 이브릭, 모카 포트, 사이펀 등 다양한 추출 도구 가운데 원하는 것을 골라 바리스타의 설명에 따라 하면 원두커피가 완성된다.


정선아리랑열차는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제천역, 영월역, 예미역, 민둥산역, 별어곡역, 선평역, 정선역, 나전역을 지나 아우라지역까지 가는 관광 열차다. 억새가 아름다운 민둥산, 전통시장과 아리랑 공연이 흥겨운 정선읍, 레일바이크를 타고 감상하는 아우라지 등 정선의 멋과 맛, 자연과 문화를 즐기는 여행으로 적당하다.

정선아리랑열차는 높은 산봉우리 사이로 이어진 철길을 천천히 달린다. 정선의 비경과 산봉우리, 터널, 강을 형상화하여 A-트레인(train)이라고 부른다. 지나는 역마다 A-train 사인이 여행객을 맞아준다. 빠른 게 대접 받는 시대라지만, 기차 여행은 느려서 행복하다. 민둥산역이 가까워지면 안내 방송이 나온다. 왼쪽 창밖 멀리 보이는 민둥산과 산 아래 형성된 협곡, 그 사이에 난 도로, 조금 뒤에 지나갈 철길 등을 안내한다. 예미, 별어곡, 선평 등 작은 역 주위로 마을이 옹기종기 형성된 모습도 정겹다.

이용객은 대부분 정선역에서 내린다. 레일바이크를 타려면 종착역인 아우라지역까지 간다. 정선아리랑시장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정선 읍내를 개별적으로 돌아보거나, 정선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병방치스카이워크, 아라리촌, 화암동굴, 소금강길과 몰운대 등 주요 관광지를 여행하면 된다. 정선역에 낮 12시 30분쯤 도착해 돌아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5시 37분까지 다섯 시간 정도 있으니, 점심을 먹고 시장 구경과 쇼핑, 아리랑 공연 감상, 아리랑박물관이나 아라리촌을 관람하면 적당하다.

정선아리랑열차는 객차 네 량으로 1·4호차는 일반석, 2호차는 일반석과 열차카페, 3호차는 일반석 외에 휠체어석과 전동 휠체어석, 휠체어 리프트를 갖췄다. 창이 넓어 1~4호 객차 어느 좌석에서나 전망은 평균 이상지만, 꼬리에 위치한 1호차 전망칸이 풍경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다. 수~일요일에 매일 한 차례 왕복 운행하며, 장날(끝자리 2·7일)이나 공휴일에는 월·화요일에도 운행한다. 정선아리랑시장을 구경하려면 장날이나 토요일에 탑승할 것.

정선아리랑열차에서 내리면 발길은 자연스럽게 정선아리랑시장으로 향한다. 역에서 장터까지 20분 거리로, 봄 햇살 아래 걷기 좋다. 장날은 끝자리 2·7일이지만, 관광객이 많은 토요일에도 장이 선다. 곤드레나물, 취나물 같은 각종 산나물과 약재, 곡류, 장아찌 등 정선의 산과 들에게 거둔 건강한 먹거리가 가득하다. 장터에서 맛봐야 할 것은 곤드레밥, 올챙이국수, 콧등치기, 메밀전, 황기백숙, 수리취떡 등이다.

아리랑박물관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리랑 관련 유물 600여 점과 각종 음원을 전시한다.
1층에서는 아리랑 희귀 음반을 모아놓은 특별전 ‘아리랑, 아날로그의 매력’이 3월 18일까지 열린다. 1930년대에 제작된 아리랑 음반을 비롯해 한국전쟁 이후 미국, 러시아 등지에서 발행된 음반까지 전시하고, 일부 음반은 직접 들어볼 수 있다.
2층 상설 전시장에는 아리랑의 역사와 의미, 각 지역의 아리랑, 관련 서적, 기념품 등 아리랑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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