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 안한 부모에게도 상속권 인정 ‘합헌’
2018.02.27 06:00
수정 : 2018.02.27 06:00기사원문
헌재는 A씨가 딸의 사망보험금을 전 남편이 수령한 것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민법 1004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상속인의 결격사유에 대해 민법 1004조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로 규정한다.
지난 1981년 이모씨와 결혼한 A씨는 계속된 남편의 학대와 폭력을 견디다 못해 1985년 이혼한 뒤 딸을 혼자 키웠다. 전 남편은 딸을 키우는 동안 양육비 등 경제적 지원을 전혀 하지 않았고 A씨는 노점상과 막노동, 주방일 등을 하면서 근근히 생계를 이어왔다.
전 남편은 2011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딸이 사망했는데도 빈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A씨가 딸의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 보험사와 소송을 벌일 때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전 남편은 딸의 교통사고 보험금을 받을 때가 되자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 2억30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아갔다.
그러자 A씨는 “전 남편이 딸을 양육하는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만큼 상속자격이 없다”며 소송을 냈으나 상속순위 및 친권상실 사유를 정한 민법 조항 때문에 연거푸 패소했다. 이에 A씨는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직계존속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하는 현행 민법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법정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상속인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법정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피상속인을 부양했다고 해서 상속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직계존속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피상속인에 대한 살인·살인미수 또는 상해치사 등과 동일한 수준으로 상속인과 피상속인을 연결하는 윤리적·경제적 협동관계를 파괴하는 중대한 범법행위 또는 유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정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