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실 해체 1년…삼성 계열사 '각자도생' 전념
2018.03.18 16:14
수정 : 2018.03.18 20:09기사원문
18일 삼성전기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그 종속기업으로부터 전체 매출의 47.8%를 창출했다. 직전 해인 2016년에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56.8%에 달했다. 불과 1년 사이에 10% 가까이 의존도를 줄인 셈. 지난 2015년에는 과반을 훌쩍 넘어선 61%였다.
삼성전기는 미래전략실 해체되기 전부터 고객 포트폴리오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2016년 '갤럭시 노트7' 쇼크가 계기가 됐다.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 기판 등이 탑재된 갤럭시 노트7이 전량 리콜과 단종 사태를 겪으면서 회사 실적이 수직낙하했던 것. 꾸준히 흑자를 유지했던 삼성전기는 지난 2016년 4·4분기 영업손0실 46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어 그룹 해체와 함께 미래전략실이 사라지자 의존도는 더욱 낮아졌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더 이상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만 의존하는 부품사가 아니다"라며 "이 회사는 전장부품과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기술(IT) 부품 산업계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며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애플에 아이폰용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면서 거래처 다원화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해 4·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특정 고객선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등 글로벌 거래선을 확대하고 있다"며 "특정 고객선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구조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삼성SDI 역시 매출의 불과 10~20% 가량만을 삼성전자에서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보고서에 명기된 매출액과 매출채권 등을 중심으로 추산한 결과, 삼성SD 매출의 삼성전자 의존도는 지난해 22%, 2016년에는 19.5% 수준이었다.
삼성SDS 역시 지난해 삼성전자와 그 종속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소폭 낮췄다. 지난해 삼성SDS 전체 매출에서 이들이 차지한 비중은 지난 2016년(73.8%)에 비해 0.3%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매출의 70% 이상을 삼성에 기대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SDS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의 물류사업 비중이 증가한 데다가 금융 전사적자원관리(ERP)의 구축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간 중재자 역할을 했던 미전실이 없는 상황에서 계열사들이 각자도생에 전념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품질과 가격경쟁, 원가절감 노력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삼성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삼성그룹은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삼성전자의 '사업지원 TF', 삼성물산의 'EPC경쟁력 강화 TF', 삼성생명의 '금융경쟁력 제고 TF'가 그것이다. 각각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 김명수 삼성물산 부사장, 유호석 삼성생명 전무가 사령탑을 맡고 있다.
이들 TF가 맡는 주요 업무에는 인사, 재무, 시너지 창출과 더불어 계열사 내부거래 줄이기가 있다. 특히 전자계열사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가 중점적으로 진행된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