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노동시장 최대화두'주4일 32시간 노동'
2018.03.21 16:51
수정 : 2018.03.21 16:51기사원문
주5일 근무만 해도 충격적인 변화였다. 1920년대, 사람들은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보장을 주장했던 아인슈타인과 '주5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던 헨리 포드의 생각이 단지 유토피아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주5일 근무가 완전히 자리잡기까지 수많은 논란과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 화두는 주4일 근무다. 국내에서는 '허튼소리'로 들릴법한 주4일 근무는 유럽 노동시장에서는 현재 '뜨거운 감자'다. 왜 유럽은 끊임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일까.
'주4일 32시간 노동'을 제시한 이 책은 2017년 유럽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힌다.
저자는 "세계는 지금 주4일 근무시대로 진입했다"고 단언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인간의 노동력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성장 둔화와 대량실업 사태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재앙을 늦추고 모든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해법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1933년 아인슈타인은 대공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위기는 이전 위기들과는 매우 다르다. 생산방식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서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량.과잉생산을 우려했던 아인슈타인은 당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의 기업가 헨리 포드도 1926년 포드자동차에 노동시간 단축을 도입했다. 최초로 주5일 근무를 도입했던 포드는 "장을 보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제든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이용해 빠르고 쉽게 이동하면서 세상에 나온 모든 것, 즉 더 풍족한 식생활, 더 좋은 생산품, 더 많은 책과 음악 등을 발견할 엄청난 기회를 제공받고 이로 인해 삶은 더 풍족해지고 세상은 더 부유해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다. 더 큰 번영으로 가는 길을 열 것이다"고 했다. 그의 생각은 20여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현실화됐지만 방향만은 옳았던 셈이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을 가져온다'는 생각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이같은 논의가 가장 활발한 프랑스를 보자. 1830년 프랑스의 연간 노동시간은 3000시간이었다. 1996년에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 1600시간이다. 노동 시간이 이렇게 줄어드는 동안 이 정책은 노동자를 게으르게 만들고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동시간 단축은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요구한 것은 '주4일 32시간 노동'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간 노동시간을 몇 시간 줄이는 것보다는 출근일을 주 4일로 줄이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임금 삭감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전제다. 경영적 측면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소비자 부족 시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03년 연례보고서에서 소비자 부족 시대를 경고했다. 구매력의 하락으로 세계적인 경기 후퇴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내도 그것을 구매할 소비자가 없으면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생산성이 구매력을 앞서는 시대를 대비한 이 주장은 지금 현재 우리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주당 노동시간 52시간'으로 격론을 벌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재니까. 다만 2016년 프랑스에서 임금 총액을 인상하지 않고 주4일 근무제를 채택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기업은 400개가 넘는다.
비록 당장 우리에게 적용하기엔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 같을지 몰라도 '주4일 근무시대'는 곧 닥쳐올 미래일 수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