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 없이 훅 들어온 中의 한반도 운전자론 끼어들기..찜찜한 靑

      2018.03.28 15:25   수정 : 2018.03.28 15:25기사원문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점으로 북미가 비핵화에 담판을 짓게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중국의 갑작스런 '끼어들기'로 복잡하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뒷짐지고 있던 중국이 북한의 '후견인'으로 부상하면서 기존의 남·북·미 3자 구도가 남·북·미·중 4자 내지는 '한·미' 대 '북·중' 구도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가 김정은·시진핑 조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청와대는 우선 표면적으로는 북중정상회담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추동할 것이란 긍정적 입장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북중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 유훈이라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런 내용을 봤을 때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고 시주석 역시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왔다는 측면에서다.

비핵화를 공통분모로 하기 때문에 남북·북미 회담에 악영향을 주지않을 것이란 얘기다.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선대의 비핵화 유훈이 일관된 입장이라는 점을 밝혔다.

시 주석도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화답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천명했다.

하지만 북·중이 주장하고 있는 비핵화가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해체까지 상정한 개념이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회담에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미국의 비핵화 로드맵과 배치되는 '선(先)조치-후(後)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청와대로서는 '찜찜한' 대목이다.

청와대는 북·중 양국 정상이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예측할 수 없는 새 변수가 돌출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북·미 회담의 중립적 '보증인' 역할을 할 지, 북한과 한 편을 맺는 '후견인' 역할을 해줄 지가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새 변수가 된 것이다. 분명한 건 중국이 목소리를 높일 것이란 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중 정상 간 만남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기류가 굉장히 빠르게 변해서 그 시기를 조절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9일 시진핑 구속의 특별대표자격으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방한하면 지금의 불투명한 구도가 보다 명확하게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양제츠 위원은 도착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면담과 만찬을 함께 한다.
이어 30일께 문재인 대통령도 예방할 것으로 점쳐진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반도 비핵화 등 여러가지 현안에 대해서도 한중 간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순항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중국의 부상으로 시험대에 선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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