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타올 스토리

      2018.04.01 15:39   수정 : 2018.04.01 15:39기사원문

우리는 예로부터 묵은 때를 뽀득뽀득 벗겨내는 것을 좋아했다. 때(각질) 벗기기 문화를 지식재산 창출로 승화시킨 발명가가 있다.

반세기 동안 우리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이태리타올”에 아주 재미 있는 스토리다.

논란이 있으나 언론에 소개된 바로는 2001년 작고한 김필곤씨가 그 발명자다. 1960년대 부산의 한일직물이 새로운 타월 개발을 위해 이태리에서 비스코스 레이온(viscose rayon) 원단을 수입했으나, 원단 질감이 너무 까칠해서 타월을 만들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 까칠함이 뜻 밖에도 목욕탕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레이온 원단 표면의 요철이 십 년 묵은 때라도 시원하게 벗겨내는 이태리타올의 위력이었다. eBay에서 3장에 14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 “Korean Bath Massage Italy Towel”이 바로 그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상품명은 물론 “이태리타올”이었다.

국어사전에는 “이태리타월”로 나온다. 현재까지도 김필곤씨가 다른 3인과 공동으로 등록한 4개의 “이태리타올” 상표가 유지되고 있다. 원단을 수출한 까닭에 이태리는 부지불식 중에 유명해 졌지만, 발명은 순전히 대한민국에서 된 것이다.

2000년대 애플 iPod이 성공요인에 대해 많은 경영학자들이 기술과 문화의 결합을 들었지만, 몇 그람 되지 않는 촌스런 천 조각을 문화와 융합한 발명품으로 승화시킨 사례가 1960년대 우리나라에 있었던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순수한' 이태리타올 자체는 특허 또는 실용신안으로 등록된 적이 없는 것 같다.

특허청의 KIPRIS 검색 결과로는 1966년 이후 1969년까지 김필곤씨가 실용신안 출원 등록한 목욕용품이 총 9종이다. 물론 현재는 모두 권리가 소멸된 상태이다. 이들 실용신안권 중에서 목욕용접찰장갑(1968.10.31 등록), 다중접찰포(1968.09.28 등록), 목욕장갑(1968.10.16 등록. 스폰지 내장) 등이 통상 알려진 이태리타올 제품과 가장 가까운 것들이다.

다만 장갑형태로 만들거나 때 미는 강도가 다른 섬유를 안팎으로 붙이는 식으로 조금 더 진보한 고안들이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순수한' 사각형 비스코스 레이온 두 조각을 붙여 만든 이태리타월 제품은 위 실용신안권들로는 보호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특허나 실용신안 등록이 마케팅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심지어 음식점에 붙어 있는 '원조 XXX 특허출원 제XXX호' 같은 문구를 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어떤 경우는 등록거절이 된 음식 레시피(조리법)인데 여전히 특허출원 광고로 매출을 톡톡히 올리는 업체들도 있는 것 같다.

여기서의 특허가 사실은 실용신안인 경우들도 있다. 장롱에 간직하고 있는 운전면허증처럼 사업화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는 지식재산권이 부지기수인 걸 감안하면 그 사장님들의 장사 수완은 칭찬받을 만 하다.

출원과 등록을 구별하지 못하는 많은 고객들의 기여 또한 크다. 아무튼 몸에 좋고 맛 좋은 음식이라면 굳이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태리타월도 어느 수완 좋은 사업가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가품으로 브랜딩하여 국내보다 수십 배 가격에 팔았다는 말도 있다. 때밀이 수건이라 좀 멋쩍기는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태리타올 발명가인 김필곤씨는 이 사업의 큰 성공으로 부산의 한 호텔도 인수하셨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한다.
지금은 중국 업체들도 좀 더 싼 값에 이태리타월을 팔고 있다. 알리바바 같은 사이트에 보니 'Korea Italy Towel massage Gloves'라는 제품이 10장에 4달러, 1000장이상 대량으로는 0.25~0.33 달러에 팔리고 있다.
이름에는 '이태리'가 붙어 있고, 물량의 상당 부분은 중국에서 만들지만, 이 위대한 때밀이 수건을 발명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 지구 반대편까지 널리 알려질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지식재산 스토리텔러 이가희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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