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리비아·구소련식 해법 아닌 새 모델 만들어야"
2018.04.01 17:06
수정 : 2018.04.01 17:06기사원문
―북한의 비핵화 모델은 어떤 방식이 될까. 리비아, 우크라이나 등 다양한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이 될 수도 있을까.
▲김용현 교수=전체 핵개발 능력을 100으로 봤을 때 리비아는 10~20 수준이고, 이란 30~40, 북한은 90인 상황이다. 핵무력국가라고 할 정도의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돼 리비아처럼 선핵폐기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홍 실장=북한의 비핵화는 새로운 방식이 될 것이다. 북한 비핵화는 타결과 실행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모든 것을 한바구니에 넣고 비핵화 원샷타결을 할 것이다. 이후 실행은 단계적일 수밖에 없는데, 북한의 핵이 완성 단계라면 폐기 단계도 더 세분화된다. 비핵화를 실행하면서 한국, 미국 등이 법과 제도를 바꾸고 국회,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합의 후 구속력을 갖춘 기구를 만들지, 비상설 협의체를 만들지 논의하는 데도 몇 년이 걸린다.
▲김준형 교수=북한의 비핵화 모델은 현재 뭐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구소련 방식과 리비아 방식 모두 거론될 거다. 모든 카드를 내놓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비핵화 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해 언제까지 핵물질을 없애겠다는 목표시기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한 무기 회담을 할 수 있다.
▲양 교수=북한의 비핵화 모델은 우크라이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델을 참조하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밖에 없다.
▲전 연구위원=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고 하지만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곧 핵포기 또는 핵폐기는 아니다. 예컨대 주한미군 철수 등 엄청난 조건을 내걸고 나오면 그게 핵포기냐.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이 30년 전 만들어낸 용어다. 이는 주한미군, 한·미 동맹에 손대는 것 없는 남북한의 핵포기가 비핵화다.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이 하겠느냐. 북한은 핵포기 의사가 없고, 핵포기를 안할 것이다. 2005년 9.19 공동성명 때도 다 끝났다고 했지만 아니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려선 안된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중국식이나 베트남식 사회주의인가, 전면적인 개혁개방으로 갈까.
▲홍 실장=북한이 지향하는 국가성은 중국식 사회주의 형태에 가깝지 않을까. 중국식으로 안정적 연착륙 가능성 여부를 떠나 학습적 모방은 중국식이 가장 가깝기 때문. 핵개발 이후 관계정상화, 무역대표부, 개혁개방 등을 살펴보면 중국의 행보와 거의 같다. 중국은 1964년 핵실험에 성공하고 1971년 미국의 탁구팀이 중국을 방문하는 '핑퐁외교', 1972년 2월 닉슨이 중국을 방문해 모택동과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미·중 관계가 정상화됐다.
▲김준형 교수=북한은 중국에 대해 자본주의로 오염된 국가로 본다. 중국은 부분개방 등을 추진 중인데 북한은 이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부분개방이라도 이미 외자로 여기저기 투자돼 있는 만큼 무의미하다는 것. 그래서 중국식 사회주의나 개혁개방을 원하지 않는다. 베트남식 시장경제처럼 모든 분야에 적극적으로 외자를 도입하고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 정책으로 미국이 이 같은 베트남의 시장개방에 호응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홍 실장=베트남은 중국보다 미국과 친밀하게 동맹과 가까운 방향으로 진행됐다. 과연 북한이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버리고 그렇게 한쪽으로 기우는 방식으로 시장개방을 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국, 중국 사이에서 특정국가와 정치적 동맹을 맺을 수 있지만 심리적·정치적 부담이 있어 근거리외교로 균형을 맞출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군사적 동맹이 가능할까. 중국 때문에 쉽지 않다.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성을 가지려는 포지션을 맞출 것이다. 이는 결국 남북관계로 조절될 것이다. 북한 혼자 중국과 미국 사이 균형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양 교수=북한의 개혁개방은 결국 체제안정과 직결된다. 즉,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체제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 얼마나 북한 체제를 인정해주느냐에 따라 개방 속도의 폭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북한의 지향점에 대해 중국식이냐, 베트남식이냐는 학자별로 의견이 다르다. 중국은 점진적·단계적인 것이었다. 내부적 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차차 자신감을 갖고 대외적인 개방으로 갔다. 베트남의 경우 대외적인 개방을 먼저 하고 내부적인 개혁을 이끌어 갔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체제와 개혁개방의 연계성 때문에 중국식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용현 교수=중국식이나 베트남식 시장개방 등 결국 북한이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려면 국제사회와 소통.교류하는 국가, 남북 간의 적대성을 해소하는 국가로 인식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 연구위원=과연 북한이 그렇게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일까. 북한이 원하는 건 북한 주도의 대한민국 통일이다. 북한은 3대 세습 김씨 정권이다. 김정은의 생각도 김일성의 생각과 같다는 것. 북한이 핵을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한 비핵화는 어렵다. 북한에 경제개발은 먹고사는 문제이지만 핵은 죽고사는 문제다. 먹고사는 문제는 좀 굶을 수 있다. 죽지는 않으니까.
―정부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한반도 신경제지도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같은 경제적인 교류는 어떤 상황, 어느 시점에서 가능할까.
▲김준형 교수=경제교류 등은 비핵화 과정에서 이뤄질 것. 결국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약속돼야만 경제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가 유지되고 경제교류가 쉽지 않다. 제재 완화를 위한 비핵화가 전제돼야 경제교류도 함께 진행될 수 있는 것.
▲홍 실장=김 교수의 의견에 공감한다. 북·미 정상회담이 잘되면 남북경협 수준이 아니라 국가 간 대규모 경협이 이뤄질 거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ICBM 한두 개 폐기하는 등의 퍼포먼스가 나오고, 북·미 연락사무소가 설치되면 대북제재가 일정수준 축소.유예될 수밖에 없다. 비핵화, 북한 체제 보장 등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면 한.미와 중.러.일 등 국제사회의 컨소시엄으로 대규모 대북 자금이 차관 형태로 투입되는 방안도 머지않아 논의될 거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경제지도 등 기술적으로 큰 그림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6자 등 다국적 참여로 경의선과 중국, 시베리아철도(TSR) 등을 연결하는 사업이 진행되면 한반도 신경제지도 등은 실현가능하다.
▲김준형 교수=남북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으로 왔으니 다음에는 문 대통령이 8·15 기념으로 평양을 갈 가능성이 높다. 그때 경협 등 경제적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전제를 깔아야 하지만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 및 완전 비핵화 시기도 이때 나오지 않을까 싶다.
▲김용현 교수=북·미 정상회담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면 그때 경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모든 역량은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안되면 경제 등 나머지 부분은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교류협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결론을 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어렵다면 이산가족 상봉의 조기실시 후 정례화를 논의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 연구위원=제재 완화 수준부터 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제재 때문에 힘들다. 모두 공통된 의견대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달린 것이다.
▲양 교수=경제협력 문제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따라 재개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신경제 지도에 대해 설명을 하고,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따라 경제적인 협력까지 간다면 한반도 경제공동체는 먼 훗날은 아닐 것이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우리 외교안보전략은 어떻게 설정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한·미 동맹으로 미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인데 주한미군 등은 어떻게 될까.
▲양 교수=남북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사령부는 해체돼야 하지만 주한미국의 성격이 동북아 균형자, 평화유지군 등 유연하게 바뀔 것이다. 북한도 이에 대해서는 인정할 것.
▲홍 실장=주한미군의 존재는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으로 용인될 수 있다. 김일성 국가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을 경계하라고 했다. 중국이 북한의 전통적인 우호국가이지만 주한미군이 철수한 후에 노골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한다면 북한도 참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도 주한미군에 대해 철수가 아니라 자신들을 적대시하는 성격을 바꾸라고 할 것이다.
▲김준형 교수=그래도 북한은 불안해 할 거다. 리비아는 핵을 폐기했어도 지난 2011년 내전 발발로 카다피가 반군에 의해 사살당했다. 따라서 북·미 수교와 주한미군 문제, 유엔사령부 해체가 모두 패키지로 진행돼야 한다. 북한의 의구심을 지울 수 있도록 동시적이면서 합리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
▲양 교수=한·미 동맹은 불변이겠지만 전시작전권은 자주국방 차원에서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 자주국방이 강화되면 미국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면서 우리의 방향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용현 교수=주한미군 문제도 남북한이 2국가 체제라도 평화롭게 공존상태라면 자연스럽게 그 성격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임광복 문형철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