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억대 금융사기' 변인호 19년만에 국내 송환

은행과 대기업을 상대로 3900억원대 무역.어음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1999년 중국으로 도피한 변인호씨(61)가 범죄인 인도절차에 따라 19년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법무부는 금융사기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중국으로 도피한 변씨를 국내로 송환했다고 5일 밝혔다. 변씨는 컴퓨터 부품 거래업체를 운영하면서 1997년 폐반도체를 고가의 컴퓨터 부품으로 위장, 수출서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수출대금과 어음금 등 3941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심 재판 과정에서 지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병원 입원치료 중 1999년 도주, 중국으로 밀항했다. 당시 변씨에게 매수돼 탈출을 도왔던 변호사와 고혈압 허위 진단을 내린 구치소 의사, 추적정보를 제공한 경찰 등 조력자 12명이 발각돼 처벌을 받는 등 변씨 사건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다.

2심 법원은 변씨 도주 후 궐석재판으로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변씨의 도피 행각은 그가 중국에서 저지른 별건의 사기 혐의로 2005년 공안에 체포되면서 드러났다. 법무부는 중국 측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지만 중국은 자국의 징역형(징역 12년) 집행이 끝난 뒤 넘겨주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변씨가 중국에서 형기를 모두 복역할 경우 복역기간 동안에 한국의 형 집행시효가 만료돼 버린다는 점 때문에 법무부는 중국과 협의해 시효만료 전인 2013년 12월 변씨를 임시인도 받았다.

법무부는 7일간 형을 일부 집행하면서 시효 진행을 중단시킨 뒤 변씨를 중국으로 재송환해 중국 내 형 집행을 계속하게 했다. 법무부는 이번 변씨 송환은 한국에서의 잔여형(약 13년 10월) 집행을 위해 5일 중국 형 집행을 마친 즉시 조약 상 범죄인인도절차에 따라 국내로 송환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변씨에 대한 임시 및 최종 범죄인인도는 한국과 중국의 법무부.외교부.법집행기관 간 적극적 협력에 따라 이뤄졌다"며 "변씨는 송환 즉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교정 당국에 의해 잔여형이 엄정히 집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mail]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