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은 전사(戰士) 몸은 전사(戰死) 예비군 과학화 훈련장을 가다

      2018.04.06 14:11   수정 : 2018.04.06 14:11기사원문
기상악화로 한미 연합상륙훈련이 취소된 5일 "오늘 예정된 과학화 예비군 훈련체험은 정상적으로 진행됩니다"라는 문자가 날아 왔다.

남들은 미쳤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예비군 11년차인 기자는 '전의'에 불타 올랐다. "이것은 취재가 아니라 국가의 부름이다"라는 생각을 되내이면서 말이다.



마음은 '전사(戰士)'였지만 몸은 '전사(戰死)'였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56사단 금곡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에 도착하니, 간간히 내리는 빗속에서 연세대와 한성대 대학생 예비군 900여명이 분대 단위로 분주히 훈련장 내를 이동하고 있었다.


육군 관계자들로 부터 예비군 훈련 관련 브리핑을 받은 후, 챙겨온 전투복을 착용했다. 챙겨온 군용 벨트가 안 채워져 난감했다. 내 마음은 '전사(戰士)'였는데 현실은 고도비만인 '동내 아재(아저씨)'였다.

더욱이 이날 시가지 전투에서 국방부 기자단과 맞서 싸울 대상은 청춘의 연세대 예비군들이란 이야기를 들으니 더 긴장이 된다. '노장의 노련미를 보여주마'라는 생각으로 교장에 들어섰다.

시가지 전투는 레이저 발사장치와 고감도 센서를 갖춘 마일즈(MILES) 장비를 활용해, 청팀과 황팀으로 나눠져 교전을 벌인다.

전투개시가 통보되자 출입구와 창, 건물 모퉁이를 재현해 시가지 전투상황을 재현한 교장에는 긴장감이 돈다. 가상의 적인 황팀이 어느덧 코앞에 까지 다가왔고 기자단으로 구성된 청팀들도 열심히 교전했다.

기자도 거대한 몸뚱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적군을 향해 돌격했다.

하지만 총이 발사되지 않았다. 적군의 레이져 세례에 '전사(戰死)'해, 2분간 사격장치가 멈춰버린 것이다.

4분간의 교전 결과는 빠릿빠릿한 대학생들의 완승이었다.


훈련 하드웨어 발전했지만, 예비군 예산은 고작 0.3%
전투복을 벗고 다시 기자로 돌아오면서, 대대 동원장교로 복무하던 과거를 떠올렸다.

14년 전과 비교할 때 많은게 바뀌었다. 예비군 입소는 서면작업이 아니라 전산으로 이뤄졌고, 조교들이 "선배님 줄서십시오. 총 버리는거 아닙니다", "중대장님 예비군이 사라졌습니다"라는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성과제 훈련으로 예비군 스스로가 훈련목표를 달성하면 조기퇴소를 하는 방식이라, 모든 훈련은 예비군이 주도로 진행됐다.

예비군 모두에게 채워져 있는 '스마트 워치'는 예비군 위치 및 교육현황 뿐만 아니라 건강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

예비군 총기사고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던 사격장은 표적을 자동으로 이동시키고, 사격결과를 모니터로 보는 첨단 실내사격장으로 바뀌었다.

스크린 골프장을 연상시키는 영상모의 사격장에서는 실지형을 재현한 상황에서 모의 교전이 벌어졌다.

예비군 예산이 없어 지자체가 예비군 식당을 설치해, 형편없는 식사를 제공해도 말 한마디 못했던 급식은 눈을 의심할 정도로 정갈하고 맛있었다.

모든게 새로웠다. 현재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은 전국에 4곳이 설치됐다. 금곡 훈련장의 경우 약 180억 정도의 예산이 투입됐다. 육군은 오는 2023년까지 이와 같은 시설을 40곳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방예산의 0.3%에 불과한 예비군 예산으로 예비군 훈련의 과학화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과확화 훈련장은 동원예비군이 아닌 향토예비군 교육을 담당하는 시설인 만큼, 동원전력 전체의 정예화를 위해서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일선의 관계자들은 실전성 강화라는 차원에서의 시설보완, 예비군 교리 및 교범 발전 등 세밀한 요소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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