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은 전사(戰士) 몸은 전사(戰死) 예비군 과학화 훈련장을 가다
2018.04.06 16:07
수정 : 2018.04.06 16:28기사원문
지난 5일 오전 육군으로부터 "오늘 예정된 과학화 예비군 훈련체험은 정상적으로 진행됩니다"라는 문자가 날아 왔다. 비로 인해 취소되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지만, 설래는 맘으로 훈련장으로 향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56사단 금곡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은 예비역 소령인 기자에게 남다른 추억이 있다.
금곡 훈련장이 재래식 훈련장이던 시절, 같은 사단 내 타 부대의 동원장교로 예비군들을 훈련시켰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은 첨단 훈련 체험을 위해 국방부 기자단 소속으로 입소를 하는 날이었다.
이곳은 여느 재래식 예비훈 훈련장과 달리 전국에 4곳만 있는 첨단 과학화 훈련장이다. 시가지 모의전투, 예비군 동선 파악 인원체크, 건강상태가 모두 첨단 시스템으로 자동 집게된다.
굵어지는 빗방울 속에서 연세대 등에서 온 대학예비군 900여명이 훈련 입소를 위해 분주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 "마음은 '전사(戰士)'였지만 몸은 노병이었다"
육군 관계자들로 부터 예비군 훈련 관련 브리핑을 받은 후, 챙겨온 전투복을 착용했다. 챙겨온 군용 벨트가 안 채워져 난감했다. 내 마음은 '전사(戰士)'였는데 현실은 고도비만인 '동내 아재(아저씨)'였다.
더욱이 이날 시가지 전투에서 국방부 기자단과 맞서 싸울 대상은 청춘의 연세대 예비군들이란 이야기를 들으니 더 긴장이 된다. '노장의 노련미를 보여주마'라는 생각으로 교장에 들어섰다.
시가지 전투는 레이저 발사장치와 고감도 센서를 갖춘 마일즈(MILES) 장비를 활용해, 청팀과 황팀으로 나눠져 교전을 벌인다.
전투개시가 통보되자 출입구와 창, 건물 모퉁이를 재현해 시가지 전투상황을 재현한 교장에는 긴장감이 돈다. 가상의 적인 황팀이 어느덧 코앞에 까지 다가왔고 기자단으로 구성된 청팀들도 열심히 교전했다.
기자도 거대한 몸뚱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적군을 향해 돌격했다.
하지만 총이 발사되지 않았다. 적군의 레이져 세례에 '전사(戰死)'해, 2분간 사격장치가 멈춰버린 것이다.
4분간의 교전 결과는 20대 대학생 예비군들의 완승으로 끝났다. 금곡 과학화 훈련장은 약 180억 정도의 예산이 투입됐다. 육군은 오는 2023년까지 이와 같은 시설을 전국 4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군 전력 첨단화의 일환으로 예비군 훈련도 이처럼 과학화 시대를 맞고 있다.
■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시간여행
동원 장교였던 기자의 과거 14년전 경험과 비교해도 과학과 훈련장의 풍경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예비군 입소는 서면작업이 아니라 전산으로 이뤄졌고, 조교들이 "선배님 줄서십시오. 총 버리는거 아닙니다", "중대장님 예비군이 사라졌습니다"라는 소리도 더이상 들을 수 없었다.
성과제 훈련으로 예비군 스스로가 훈련목표를 달성하면 조기퇴소를 하는 방식이라, 모든 훈련은 예비군이 주도로 진행됐다.
예비군 모두에게 채워져 있는 '스마트 워치'는 예비군 위치 및 교육현황 뿐만 아니라 건강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
예비군 총기사고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던 사격장은 표적을 자동으로 이동시키고, 사격결과를 모니터로 보는 첨단 실내사격장으로 바뀌었다.
현재 국방예산의 0.3%에 불과한 예비군 예산으로 예비군 훈련의 과학화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과확화 훈련장은 동원예비군이 아닌 향토예비군 교육을 담당하는 시설인 만큼, 동원전력 전체의 정예화를 위해서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일선의 한 관계자는 "실전성 강화라는 차원에서의 시설보완, 예비군 교리 및 교범 발전 등 세밀한 요소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