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대신 신규 BM으로 승부 걸어야
2018.04.10 11:38
수정 : 2018.04.10 11:38기사원문
이같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게임사들의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BM)로 자리 잡은 확률형 아이템은 그동안 업계의 자율 규제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저버리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더 이상 게임업계가 활률형 아이템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새로은 BM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도마위'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넥슨과 넷마블, 넥스트플로어 등 3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2550만원, 과징금 9억8400만원을 부과했다.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이나 획득 기간과 관련된 정보를 허위로 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자율 규제를 외쳐왔던 점을 감안하면 신뢰가 한 번에 깨지는 순간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우려는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나 국회에선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게임업계의 극심한 반발로 자율 규제 수준에서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정위의 제재가 내려지면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앞선 사례의 주인공인 박씨는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 입장에선 아이템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투자한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돈을 써도 일정한 확률에 따라 아이템을 구하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순간 게임을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게임사들의 BM이 다원화 돼야 한다"며 "확률형 아이템이라 해도 확률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패키지를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등 BM 각광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확률형 아이템이 꼭 정답이 아니라는 점에선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BM 마련에 시간을 쏟고 있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이미 지난해 지스타 기간에 "더 이상 확률형 아이템에만 의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새로운 BM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넥슨은 내부적으로 신규 BM 마련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넥슨 강대현 인텔리전스랩스 총괄(부사장)은 "부분 유료화 등의 모델을 일찍 도입해왔던 것처럼 새로운 BM 구축과 도입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겁게 즐기면서 과금 역시 게임 본연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연장선상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신규 BM을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외적으로 신규 BM을 마련하는 곳들도 나오고 있다. 한빛소프트는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게임 자산 거래 블록체인 플랫폼인 브릴라이트를 구축하고 있다. 이 플랫폼에선 서로 다른 게임에서 축적한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동일한 가치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게 한다. 가치 교환은 가상화폐로 정산될 방침이다. 게임과 블록체인 기술의 접목은 넷마블, 넵튠 등도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다.
■확정형아이템도 대안
확률형 아이템이 아니라도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는 있다.
펄어비스가 최근 선보인 모바일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은 확정형 아이템을 도입했다. 확률형 아이템이 엄청난 돈을 쓰고도 맘에 드는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면 확정형 아이템은 돈을 투자한 만큼 그에 걸맞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이런 점을 인정받아 '착한 과금 모델'이라는 평을 얻으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확정형 아이템에 게임 차제의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검은사막 모바일은 이날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2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산 모바일게임 중 지난해 연매출 1위를 차지한 소녀전선도 확률형 아이템보다 게임 내 재화를 활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면서 호평을 받았다. 소녀전선의 확률형 아이템은 캐릭터 능력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캐릭터와 숙소를 꾸미는 수준의 소품에 그쳤다. 따라서 이용자들은 별도의 과금 없이 게임 내 자원을 적극 활용하면서 게임 그 차체를 즐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확률형 아이템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게임업계는 자율규제라는 명분을 앞세워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에 자율규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게임업계도 이제는 새로운 BM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