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공학도와 미국인 인류학 교수 '한국 고래 문화' 공동연구 화제

      2018.04.11 13:48   수정 : 2018.04.11 13:48기사원문

아시아 최초로 돌고래 자연 방류 실시한 한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논문으로 옮긴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3학년인 김세준(왼쪽)씨와 인류학 박사 브래들리 타타르(Bradley Tatar)교수의 모습. 이들이 다룬 한국 돌고래이야기는 국제 사회과학 저널이자 학술지인 '연안관리' 4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울산=최수상 기자】 20대 공학도와 미국인 인류학 교수가 만나 연구한 한국 고래 이야기가 국제학술지에 실리게 돼 눈길을 끌고 있다.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3학년인 김세준(27)씨는 브래들리 타타르(Bradley Tatar) 기초과정부 교수와 함께 수행한 한국의 돌고래 방류의 영향 관련 연구 논문의 제1저자를 맡았다.

이 논문은 조만간 출판되는 사회과학 저널이자 국제학술지인 '연안관리(Coastal Management)' 4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김씨는 논문에서 2013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돌고래 자연 방류를 실시한 한국의 사례를 살폈다. ‘제돌’을 비롯한 7마리의 돌고래 방류가 시민사회와 정부 기관에 동물 복지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해양생물에 대한 정책적 보호와 관리를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특정 대표 종을 방류하고 보존하는 움직임이 전체 생태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정 종을 보호하는 운동은 생태계 전체를 아우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상징성이 높아 대중매체 동원이 쉽다는 점과 빠르게 정책 수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화학공학과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씨가 사회과학 논문을 쓰게 된 데는 타타르 교수의 우연한 인연 때문이다. 김씨는 입학 첫 학기에 수강한 타타르 교수의 인류학 수업을 계기로 고래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인류학 박사인 브래들리 타타르 교수(49·미국)는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마린 폴리시(Marine Policy)’ 2월호에 울산의 고래고기 소비자에 대한 조사 결과를 싣고 "국내 고래고기 소비자 다수는 고래 불법포획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고래의 불법포획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채 구매한다"는 내용을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타타르 교수는 이 발표에서 관계당국이 고래의 불법포획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강화할 경우 불법포획 자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김씨는 “전공과는 완전히 다른 연구방법론을 접하면서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 시야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며 “이번 경험은 유기적인 사회 안에서 과학과 기술의 영향력을 살피는 환경정책전문가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씨는 공학을 바탕으로 한 환경 정책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그는 “하나의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집중하고 원리를 밝히는 자연과학 분야의 시각과, 거시적 관점에서 현상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사회과학적 시야를 두루 갖춘 전문가로 성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타타르 교수는 이번 연구에 그치지 않고 관련 후속 연구도 진행한다. 둘은 울산의 고래 문화, 돌고래 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새로운 종류의 돌고래 체험 시설의 설립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타타르 교수는 “UNIST와 같은 과학기술특성화 대학교에서의 인문학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실험실 바깥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열어주는 것”이라며, “과학기술과 그에 이어질 정책과 사회변화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인재 육성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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