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계공고→기능대학→산업역군’ 안통해
2018.04.15 16:45
수정 : 2018.04.15 16:45기사원문
지난 2002년 경남 창원 국가산업단지에서 창업한 중소기업 A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조선기자재, 밸브, 농기계부품, 중전기부품을 생산해 두산중공업과 효성중공업 등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는 그는 "현재 직원 17명 중 4명이 외국인"이라며 "지역에 젊은 인력이 적지 않은데도, 새로 충원을 하려고 모집공고를 내면 한국인은 60세 이후 재입사하려는 사람들만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는 노동집약적 산업인 기계제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한국 기계공업의 요람'으로 불리던 창원시 산학연 클러스터가 붕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지난 40여년간 창원국가산업단지 생산현장 곳곳으로 흘러들어가 '산업역군'이 됐다. 하지만 이미 2000년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낡은 '굴뚝산업'이 사라지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청년들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공장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창원 기계공고의 작년 취업통계 현황만 봐도 쉽게 드러난다. 이 학교의 졸업생 중 중소기업으로 취업한 이는 122명이었다. 한 학년 정원은 440명가량으로 전체의 약 27.7%만 중소기업을 선택했다. 전체의 절반(49.7%)에 달하는 졸업생은 대기업(33명), 공무원(18명) 등을 택하거나 대학(113명)을 택했다.
비단 창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간한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자의 산업체 수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은 1970년 6만2854명에서 1999년에는 29만892명까지 약 4.6배 증가했다.
취업자 수는 1970년 3만1659명에 비해 1999년 14만8478명까지 늘었다. 취업자 수가 증가한 건 1980년대 말까지였고, 이후부터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김형만 박사는 "중소기업일수록 실업계 고졸 인력수요가 많지만 이직, 대학 진학 등에 의한 노동이동이 많다"며 "고용 비중이 높은 중심 인력이지만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지역에서 육성한 생산인력을 다시 산업현장으로 복귀시키기 위해선 그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조선업을 예를 든다면 과거엔 배를 짓는 '건조'에 국한했다면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 클러스터, 해양플랜트 모듈산업 클러스터, 친환경 선박 수리.개조 산업 등 서비스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허문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결국 지자체의 권한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며 "중앙정부는 포괄보조금을 주는 형식으로 지자체를 지원해야 지역의 실질적인 권한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이병철 차장(팀장) 김아름 김용훈 예병정 박소연 장민권 기자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