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투' 유희관, '특급 신인' 양창섭에 한수 지도

      2018.04.16 17:23   수정 : 2018.04.16 17:25기사원문

유희관(32.두산)과 양창섭(19.삼성)은 13살 차이다. 양창섭이 막 야구를 시작했을 때 유희관은 이미 프로선수였다. 유희관은 200경기에 가까운 전투를 치른 백전노장. 산전과 수전은 물론 공중전까지 다 겪었다.

양창섭은 갓 고교를 졸업한 신인. 돌풍의 주역이라지만 아직 프로 마운드는 낯설다.

지난 11일 대구의 라이온즈파크. 유희관과 양창섭의 선발 맞대결이 벌어졌다.
복싱으로 치면 유희관은 현란한 아웃복서이고, 양창섭은 인파이터와 아웃복서를 겸한다. 유희관의 시즌 첫 승이 가능할까? 양창섭은 KIA(3월 28일.6이닝무실점), NC(4일.5이닝 2실점)전에 이어 또 한번 합격점을 받을까?

승부는 초반 양창섭 쪽으로 기울어지는 듯 보였다. 둘 다 1회부터 위기를 맞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먼저 양창섭. 1회 초 2사 2, 3루의 실점 위기서 타격 1위 양의지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역시 좋은 투수다.

1회 말 유희관은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3루타를 맞았다. 이후 안타, 몸에 맞는 볼 등을 내주고 순식간에 4실점했다. 2회엔 김상수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5-0, 이미 승부가 기울어졌나 싶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분위기가 바뀌었다. 유희관은 3회 2사 1, 3루의 고비를 넘긴 후 4회 첫 삼자범퇴를 이끌어냈다. 양창섭은 4회까지 1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러나 승리투수 요건(최소 5회)을 채우지 못하고 무너졌다.

첫 타자 김재환을 삼진 처리한 것까진 좋았다. 이후 양창섭은 안타 3개와 볼넷을 내주며 3실점했다. 결국 5회 투아웃까지 잡은 후 단 한 타자를 남겨놓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원인은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이었다.

양창섭은 이전 두 차례 등판서 11이닝을 던져 2실점했다. 평균자책점 1.64. 11이닝 동안 사사구 수는 4개뿐이었다. 11일 두산전에선 4⅔이닝동안 5개. 투수는 맞는 것을 두려워하면 자꾸 달아나게 된다. 사사구가 늘어날수록 상황은 꼬인다.

유희관은 첫 승을 따냈다. 사실 그는 맞기로 이골 난 투수다. 12승을 올린 2014년 202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전체 투수 가운데 1위였다. 홈런도 21개나 맞았다. 지난해도 228개의 안타를 내줘 1위를 차지했다. 그러고도 11승을 거두었다.

안젤로 던디는 무하마드 알리를 최고의 복서로 만든 트레이너다. 그는 알리에게 늘 "맞는 것을 두려워하면 복서의 생명은 끝이다"고 강조했다. 알리는 1974년 10월 30일 헤비급 챔피언 조지 포먼에게 예상을 뒤집고 KO승을 거두었다.

알리는 32살이었다. 25살의 챔피언 포먼은 40번을 싸워 모두 이겼고, 37번이나 KO승을 거두었다. 무시무시한 핵주먹이었다.
알리가 그의 펀치를 두려워했더라면 바닥에 누운 것은 자신이었을 것이다. 양창섭은 2020 도쿄 올림픽 한국대표팀 선발 후보 가운데 하나다.
지금도 잘하지만, 조금 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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