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선욱이 나오지 않길.. ” 간호사 처우 개선 촉구
2018.04.23 11:19
수정 : 2018.04.23 11:19기사원문
"다시는 제2의 선욱이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이 잘 세워져 정말 간호사들이 좋은 환경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욱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간호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희생이 됐으면 합니다"
병원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아산병원 고 박선욱 간호사의 유족이 눈물을 흘리며 간호사 처우 개선을 호소했다.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기동민·남인순·송옥주·윤소하 의원실은 2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한국 사회 간호노동의 현실, 그리고 개선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신규간호사의 자살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태움과 같은 낡은 문화를 개선하는 한편 간호사 처우와 근무여건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송옥주 의원은 "단순 간호사 정원을 늘리고 야간 수당을 지급하는 식의 땜질 처방이 아닌 간호사들의 노동조건이 지속가능하도록 노동환경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직 간호사들은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간호인력 대책은 별다른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며 병원의 적정 인력 충원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박정수 간호사는 "대부분 신규간호사들이 12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근로시간 단축법에서는 의료를 특례업종으로 구분해 간호사들은 해당 법안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했다"며 "이런 현실이 되풀이되는 한 매년 배출되는 2만명의 신규간호사들은 나 또한 박선욱 간호사라고 말할 것이고 인력이 열악한 곳에서는 기본적인 환자의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원영 간호사는 "간호학과 졸업생 수만 늘리면 병원에서는 입맛대로 골라가며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면 된다"며 "야간근무가 힘들다고 하면 인력을 늘려 1인당 야간근무 수를 줄여주고 야간근무 후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줘야지, 야간근무를 한 사람에게 몰아주자는 발상이 나오는 것에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김경희 간호사는 △불규칙한 교대근무 개선 △간호사 1인당 환자수 감소 △언어·신체적 폭력 및 성추행 대책 마련 △ 간호사 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다.
간호사 뿐만 아니라 현직 의사 등 의료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민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응급실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동료로서 바라보는 간호사 분들의 근무에 대한 고민거리는 우리 전공의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의료 인력 숫자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의료노동의 강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강경화 한림대 간호학부 교수는 신규간호사 이직 방지 및 교육훈련 개선에 관한 제도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재원 확보를 제안했고, 권동희 법률사무소 새날 공인노무사는 “고인(박 간호사)의 자살은 업무상 재해”라며 재발 방지책을 촉구했다. 김동근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교대제가 불가피한 병원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문제 해결은 '낮은 보수'와 '높은 노동강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