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훈풍’ 대북 금융사업 속도 탄력받나

      2018.04.29 17:10   수정 : 2018.05.13 02: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한반도 평화무드가 조성됨에 따라 향후 남북한 간 경제협력(경협)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협이 이뤄지면 관련 사업과 연계된 금융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정책금융기관들과 시중은행들은 대북 금융사업 준비에 적극 돌입할 태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을 물론 시중은행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남북 경협이 현실화되면 개성공단 재가동 및 북한 SOC 건설 관련 여신 지원 등 대북 금융사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역할이 가장 주목받는다. 그동안 남북협력기금의 ‘금고’ 역할을 해온 수은은 통일부로부터 기금 집행권한을 위탁받아 올해 1분기에만 466억원에 달하는 협력기금을 집행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준인 684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특히 올해 평창올림픽과 예술단 공연 등에 대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향후 문화, 학술, 체육 등 다양한 협력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지원을 대폭 늘려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 관계자는 “남북 관계가 해빙 분위기를 타면서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경협사업에 대비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 협력기금 집행기관으로서의 수은의 역할은 이전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대북 금융과 투자 연구를 전담하는 KDB미래전략연구소 통일사업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남북 경협사업으로 발생하는 금융수요에 대응할 대안적 금융수단을 모색하고 있다. 대안적 금융수단의 하나로는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고 민간금융기관도 참여하는 형식의 온렌딩대출, 기금, 펀드 조성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에서 시중은행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고, 시중은행은 대출기업을 선별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모색 중”이라며 “또한 정책금융기관끼리 협의체 구성 등의 방식으로 대북 금융을 주도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기관과는 별개로 시중은행들도 남북경협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준비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북한 내(개성공단) 점포를 운영했던 우리은행의 움직임이 단연 주목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4년 개성지점을 열고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급여 지급과 환전 업무를 수행했다. 개성공단이 2016년에 폐쇄된 이후 우리은행 개성지점 직원들은 본점 임시 영업점으로 자리를 옮기고, 현재까지 입주기업 관리 업무를 계속해왔다. 우리은행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만간 개성지점이 다시 가동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록 북미회담까지 가봐야 아는 일이겠지만, 현재의 분위기로 봤을 때는 개성지점 정상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에 초점을 맞춰 준비할 계획”이라며 “기존 개성지점 업무는 제한적이었지만, 이번에 재개되면 현지와의 협의를 통해 입주 기업들을 대상으로 각종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대북 인프라 사업과 관련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북경협의 핵심은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보고, 그동안 쌓인 인프라 사업 관련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북 인프라 금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부산~김해 경량전철 리파이낸싱 단독 주선(9537억원), 평택~부여~익산(서부내륙) 고속도로 대표주선(2조 3674억원) 등 지난 1년 간 총 6건의 인프라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최근 허인 국민은행장은 “남북한 관계가 서로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가고 경제적 개방이 지금보다 커졌을 때 금융권과 시중은행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심층 연구를 하고 있다”며 “가장 우선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신한은행 역시 대북 인프라 관련 금융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활발히 진행해온 도로, 항만 등 각종 인프라 금융사업의 경험을 살려 북한 내 인프라 구축사업에 금융주선 및 주관사로서의 역할을 모색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경협관련 예적금 특판 상품 출시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후의 과정을 계속 모니터링한 후에 행동에 들어가겠지만, 기회가 오면 관련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대북 금융 관련 사업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인프라 시장 규모가 1400억 달러(150조 7200억원)에 달하는 등 금융수요가 진작될 만한 요인들이 많아 대북 금융 사업은 국내 은행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경협이 재개되면 대규모 재원조달이 필요한 프로젝트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과거의 사례를 교훈 삼아 지속가능하게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안전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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