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무덤' 된 투명 방음벽.. '독수리 스티커' 붙여도 소용 없어

      2018.05.01 17:11   수정 : 2018.05.01 17:11기사원문


정부가 학교 등 유리창에 조류충돌을 막기 위해 '독수리 스티커'(버드세이버)를 붙이고 있으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지적됐다. 새가 스티커를 맹금류로 알고 피할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사실상 큰 효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2011~2016년) 유리에 부딪혀 죽거나 구조된 새는 1만678마리로, 이는 전체 조류충돌의 5.8%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티커 인근서도 조류 사체

새는 유리를 인식하지 못해 유리에 비친 나무를 향해 시속 30㎞로 날다 부딪히기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김봉균 재활관리사는 "유리는 '새의 무덤'"이라고 말한다.
김 관리사는 "정부가 그동안 독수리 스티커를 유리에 붙인 대책은 임시방편 수준이어서 스티커 인근에서 조류 사체가 발견된다"며 "새는 스티커를 맹금류가 아니라 검은색 장애물 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에 피할 것이라는 스티커 도입 취지는 큰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 역시 "해외 연구를 점검한 결과 독수리 스티커가 아닌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천연기념물을 주관하는 문화재청은 지난 2011년부터 산하 조류보호협회를 통해 2, 3년에 한번꼴로 스티커 1000여장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65만원을 들여 1500장을 제작해 공공단체는 30여장, 개인은 5장가량을 요청에 따라 무상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천연기념물 가운데 충돌로 죽는 새가 상당수여서 환경부에 따르면 가장 많이 구조된 조류 20종 가운데 부엉이,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이 7종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조류충돌 관련 별도 예산이 없이 야생동물보호사업비 일부로 스티커를 제작, 국립공원 권역별 사무소에 배포했다. 해마다 수량은 일정하지 않다. 2016년에는 400만원을 들였다.

스티커 부착 방식에 대한 기준이 없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남궁대식 조류보호협회 사무총장은 "법적 기준이 없다보니 스티커를 잘못된 방식으로 붙이는데 현재처럼 띄엄띄엄 방음벽에 붙여두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가로 2m 세로 5m 크기에 스티커 3개를 붙일 때는 충돌방지율이 75%에 달하고, 실제 학교 등지에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정부부처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자외선 반사테이프를 시범 적용했다"며 "현재 조류충돌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은 조사 이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연구사업이 진행되면서 요즘은 다소 (스티커 부착을) 지양하고 있다"며 "연구 결과에 따라 새로운 형식을 차용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야생조류충돌방지법, 4개월째 진전 없어

한편 조류충돌을 막기 위한 법안은 마련됐으나 진척이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의원은 동료의원 13명과 함께 "정부가 효과 없는 맹금류스티커로 지난 7년간 전시행정을 했다"며 지난해 12월 야생조류충돌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 △방음시설 설치기준 △건축물 유리마감재료 등에 조류충돌 방지 강제 및 권고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회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조차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입법까지 4단계 절차가 더 남은 셈이다.
이 의원은 "국회가 정상화돼 산적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환경부 실태조사가 마무리되면 그 결과를 범주화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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