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경고 편지 보낸 美경제학자들
2018.05.06 17:20
수정 : 2018.05.06 17:20기사원문
이 편지를 보내는 데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경제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관심을 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교수(시카고대)를 비롯,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만 15명이나 참여했다. 역대 미국 행정부에서 경제참모를 지낸 인사들도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공황 당시 보호무역 철회를 요청하는 편지를 받고도 묵살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뉴욕 증시 대폭락 이듬해인 1930년 후버 대통령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했다. 공장과 상점들이 문을 닫고,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자 후버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보호무역이었다. 이 법에 따라 2만여개 수입품에 평균 59%, 최대 400%의 관세를 물렸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상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유럽 국가들의 관세보복 맞대응을 불러 세계교역이 급감하고 대공황이 심화됐다. 미국 산업이 보호받기는커녕 더 큰 피해를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부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고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이나 반덤핑 권한을 남용하는 등 자유무역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무역흑자국인 중국과 한국 등을 통상공세의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한국은 WTO 규정 위반 소지가 다분한 철강쿼터를 받아들였다.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미국산 자동차 수입제한도 풀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은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서야 겨우 매듭을 지었다. 미국은 그럼에도 한국산 철강제품 등에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물리는 등 통상압력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열린 미.중 무역협상이 아무런 접점을 찾지 못했다. 무역전쟁 발발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930년 세계 대공황 때도 미국 경제학자 1028명이 후버 대통령에게 보호무역주의 철회를 요구하는 편지를 썼다. 그러나 후버 대통령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세계경제는 대재앙을 겪었다. 그로부터 88년 후 트럼프 대통령도 경제학자들로부터 같은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