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복잡해~" 양도소득세 수임 기피하는 세무사들

      2018.05.10 17:01   수정 : 2018.05.10 21:36기사원문
#. 지난 2012년부터 경기 광교신도시에서 오피스텔 몇채를 분양받아 주택임대사업을 하는 A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세무법인에 양도소득세 관련 업무를 상담하려다가 당혹스런 일을 당했다. 일부 오피스텔을 팔 경우 양도세가 얼마가 나올 지를 물으려했으나 세무법인 측은 "사고가 자주 발생해 양도소득세 관련해서는 상담도, 수임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추가로 두서너 곳의 세무법인에 연락한 다음에서야 겨우 양도세 관련 상담과 업무대행을 맡길 수 있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씨 사례처럼 세무법인들이 양도소득세 관련 수임을 기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양도소득세 관련 세법이 너무 자주 바뀌어 복잡해진 데다 집주인이 정확한 주택 관련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일을 맡겨 예상치 못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납세자가 잘못한 행정처리 놓고 과실 공방

서울 논현동의 한 세무법인에 일하는 B세무사는 동료 세무사의 경험담을 전했다. 2012년께 수도권에서 오피스텔 10여채로 주택임대사업을 하다가 매각하는 사람의 양도소득세 상담과 업무대행을 맡아 큰 낭패를 겪은 적이 있는 것이다.

B세무사는 "고객은 해당 구청에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관할 지방세무서에 신고를 하지 않아 엄청난 양도세와 가산세를 물게 됐다"며 " 그런데 세무사가 잘못해 억대의 손실을 입게 됐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큰 다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려면 지자체에 등록하고 관할 세무서에도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를 누락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상 주택임대사업자로 인정되나 세법상으로는 다주택자가 된다. 이 때문에 고객은 양도소득세 중과를 받고 불성실신고에 따른 가산세, 납부지연금까지 물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이다.

■본인도 모르는 변수 많아 "차라리 안 맡아"

상속주택이 말썽을 빚는 경우도 있다. B세무사는 "자신이 1주택자로 판단해 주택을 매각했으나 앞서 부모님으로부터 동생과 공동으로 지분을 상속받은 주택때문에 다주택자로 인정받아 양도세를 물어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도 모르는 개인의 세세한 주택보유 상황을 세무사가 알기도 힘들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과실 여부를 놓고 시끄러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예 수임을 안하는 세무사가 많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세무법인 관계자는 "양도소득세가 20억원이 발생하는 업무를 맡아도 수수료는 500만원에 불과한 반면, 위험 부담은 너무 크기 때문에 세무사들이 양도세 관련 업무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나이가 들어 눈이 어두운 세무사들은 계속 바뀌는 세법을 공부하기도 힘들어 아예 양도세 업무를 포기하는 속칭 '양포 세무사'도 많다"고 덧붙였다. 세무사 입장에서 업무를 맡기는 사람의 세부상황을 알기 힘든 데다 주택 보유수, 지역별 위치 등에 따라 가산세가 발생하고 세율도 변경돼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이다.

■세무사 기피, 세금 과오납 피해 해명에 진땀

세무사들이 양도소득세 관련 업무를 기피하면서 주택보유자들이 난처한 상황을 맞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수년 간 보유한 아파트 한 채를 매각했다가 양도소득세 중과를 맞는 바람에 애를 먹었던 C씨가 이런 사례다. C씨는 "맞벌이인 자신들의 애를 돌봐주기 위해 장모가 자신들의 집에 수개월 동안 살았는데 집을 팔 때쯤 선거가 있어 장모가 주소를 옮긴 것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모가 유주택자여서 순식간에 세대합가에 따른 다주택자가 됐다"며 "이를 소명하기 위해 세무법인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수임료가 낮고, 과정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C씨는 지인과 친척 등 인맥을 총동원, 간산히 세무사를 구해 양도소득세 일부를 구제를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도소득세는 워낙 액수가 커서 민감한 사안인데 세무사들은 이를 기피하고 있고 일선 세무상담은 깊이 있는 상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자칫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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