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없어졌다고?..후진국형 기업문화 여전

      2018.05.14 11:02   수정 : 2018.05.14 11:02기사원문
“강제 소등하고 한 장짜리 보고서 캠페인 했지만 변한 게 없다. 불 꺼진 사무실에서 스탠드 켜놓고 일하고, 한 장짜리 보고서에 첨부만 30~40장이다. 무늬만 혁신이고, 낭비이자 삽질이다.

”(대기업 차장 A씨)
우리나라 대기업 문화가 2년 전보다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낙제점' 수준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야근 근절 등 기업들의 개선 노력들이 실질적 변화가 없는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컨설팅전문기업인 맥킨지에 의뢰해 조사발표한 ‘한국 기업의 기업문화와 조직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불통·비효율·불합리로 요약되는 국내 기업의 후진적 조직문화가 2년 전보다 다소 개선됐으나 여전히 글로벌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대한상의가 2016년 1차 진단 후 2년간의 기업문화 개선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보고서는 대기업 직장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문화 진단’과 국내 주요기업 8개사를 분석한 ‘조직건강도 심층진단 결과’를 담았다.


조사결과 습관적 야근, 비효율적 회의, 불통의 업무방식 등 후진국형 기업문화가 여전했다. ‘기업문화 개선효과를 체감하는지’에 대해서는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이 59.8%, ‘이벤트성으로 전혀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28.0%였다. 직장인 87.8%가 기업문화 개선에 동의하지 않았다.

세부적으로 ‘야근’은 2년 전 31점에서 46점으로 올랐으나 50점을 밑돌았다. 회의(39점→47점), 보고(41점→55점), 업무지시(55점→65점)도 모두 상승했지만 여전히 낙제수준이었다. 회식 문화(77점→85점)만이 ‘우수’ 평가를 받았다.

기업문화 개선활동에 대한 평가에서도 ‘무늬만 혁신’, ‘재미없음’, ‘보여주기’, ‘청바지 입은 꼰대’, ‘비효율’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야근, 회의, 보고 등 주요 항목은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기업의 개선활동이 대증적 처방에 치우쳐 있어 조직원들의 피로와 냉소를 자아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조직건강도도 글로벌 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조사대상 8개사(대기업 3, 중견기업 3, 스타트업 2) 가운데 7개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약체인 것으로 진단됐다. 4개사가 최하위 수준, 3개사가 중하위 수준, 중상위 수준은 1개사로 조사됐다.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비합리적 성과관리, 리더십 역량부족이 기업의 건강도를 해치는 3대 근인으로 꼽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전근대적이고 낡은 한국기업의 운영 소프트웨어가 기업의 경쟁력과 근로자의 삶의 질, 반기업 정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처한 여러 당면 과제의 근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선 기업문화 혁신을 필수과제로 인식하고 전방위적인 개선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빠른 경영환경 변화 대처에 필요한 역량으로 유연성을 꼽지만 이에 적합한 체계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조직은 흔들리게 된다”며 “프로세스, 구조, 인재육성, 리더십 등 조직운영 요소 전반에 걸쳐 ‘역동성’과 ‘안정적 체계’를 동시에 갖춘 ‘양손잡이’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