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베네수엘라, 석유생산도 치명타

      2018.05.14 17:16   수정 : 2018.05.14 17:16기사원문


세계 최대 석유매장 국가인 베네수엘라가 석유생산 위축 악순환에 돌입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채권자들의 압류가 봇물을 이뤄 독점 석유생산업체인 국영 베네수엘라석유공사(PDVSA)의 석유생산이 더 위축될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석유생산 위축이 악순환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PDVSA의 생산 차질이 예상보다 더 급격히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비록 생산 차질을 빚고는 있지만 PDVSA가 유가 상승에 힘입어 석유공급을 지속하고,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피같은 달러가 계속 유입될 것이란 투자자들의 예상이 빚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불을 댕긴 것은 미국계 석유메이저 코노코필립스다.

코노코필립스는 지난주 카리브해에 있는 PDVSA의 석유 저장.정유 시설을 압류했다. 2007년 베네수엘라가 코노코필립스의 베네수엘라 유전 프로젝트 2개를 강제로 국유화한데 따른 보상이다. 국제중재재판소(ICC)는 지난달 PDVSA가 코노코필립스에 20억400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코노코필립스가 압류한 시설은 PDVSA의 석유수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베네수엘라 석유는 유황성분이 매우 높다. 이때문에 PDVSA는 유황성분이 적은 외국산 석유를 수입해 베네수엘라 석유와 섞어 수출하고 있다.

외국산 석유를 수입해 저장하고, 이를 베네수엘라 석유와 섞는 정유시설이 이번에 코노코필립스에 압류된 것이다. 석유 수출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에너지 경제학자로 에너지컨설팅 업체 PK벌리거 설립자인 필립 벌리거는 WSJ에 코노코필립스의 압류로 베네수엘라의 석유수출은 최대 하루 50만배럴 줄어들게 됐다고 추산했다. 베네수엘라는 하루 14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코노코필립스가 선수를 쳤지만 이미 다른 채권자들도 압류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채권자들은 베네수엘라 석유가 실린 유조선, 석유제품 압류에 나서고 있고, 캐나다 금광업체 루소로는 베네수엘라가 소유한 미 정유업체인 시트고 압류를 준비 중이다.

시트고는 국외 베네수엘라 자산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자산이다.

루소로가 시트고 자산을 압류할 수 있을지 법적인 문제가 남아있지만 이같은 채권자들의 잇단 압류 시도는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베네수엘라 석유수출에 실질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추가 압류를 우려해 유조선들을 자국 수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또 베네수엘라가 700억달러 규모의 채무에 대해 부분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 돈을 못받고 있는 채권자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채권자 한 명이 부분적 디폴트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뉴욕법원에 PDVS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유사한 소송이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변수도 남아있다.

PDVSA에 약 500억달러를 빌려준 중국이 유가 폭락 당시인 2016년 채무상환을 당분간 유예해줬지만 유예기간이 언제 끝이 날지 모른다. 중국이 상환을 요구하기 시작해 PDVSA가 생산하는 석유의 약 4분의1을 중국으로 보내면 국제 시장에 공급되는 베네수엘라 석유량은 급격히 줄 수밖에 없다.
앞서 2002~2003년에도 베네수엘라는 국제석유 시장을 뒤흔든 바 있다. 당시 석유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베네수엘라 석유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자 국제유가가 폭등한 바 있다.


국제석유시장에 미국의 이란 제제 재개 가능성에 더해 베네수엘라 석유공급 급감이라는 악재가 도사리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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