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판 제도 부활 움직임에 변호사 75%가 반대

      2018.05.15 16:56   수정 : 2018.05.15 16:56기사원문
전국 판사들의 논의기구인 전국법관회의가 지역 토호와의 유착 등 폐해로 4년 전 폐지됐던 향판(지역 법관) 제도 재도입을 주장하는 가운데 다수의 변호사가 반대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향판 제도는 법관들이 전국 법원을 돌며 순환근무를 하는 대신 지방 관할 법원 중 한 곳에 부임, 퇴임할 때까지 근무하는 제도로, 10년 이상 근무하면 다른 지역으로 전보를 요청할 수 있다. 수도권 근무 지원자가 쏠리는데다 잦은 인사로 인한 재판 부실 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4년 도입됐으나 2010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이른바 '황제노역' 논란이 일면서 2014년 폐지됐다.



■"지역 토호 유착..법조비리 재발 가능성"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전국 회원들을 대상으로 향판 제도 부활 문제를 두고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다수가 반대했다. 1387명의 변호사가 참가한 조사에서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75%(1046명) '찬성한다'는 응답은 15%(201명) '잘 모르겠다'와 '기타'가 각각 9%(125명), 1%(15명)였다.


향판 제도 재시행에 반대하는 변호사들은 '지역 토호와 유착해 법조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31%.871표.투표 복수선택 가능)는 점을 반대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재판의 불공정 시비로 오히려 도입 목적과 달리 사법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26%) '향판은 해당 지역에 군림하는 권력자가 될 우려가 있다'(24%) '인정에 끌려 재판이 불공정할 수 있다'(17%)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향판 제도 재시행 찬성 변호사들은 43%(143표.복수선택 가능)가 '판사들의 잦은 인사이동은 재판을 부실하게 할 이유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판사들이 한 지역에 정착하면 재판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43%) '지역실정에 밝아지고 민심을 파악할 수 있어 지역정서를 반영한 재판이 가능해진다'(13%) 등을 찬성 이유로 꼽았다.

앞서 전국법관회의는 지난달 향판 제도 폐지 후 판사들의 더 잦아진 지방 이동 등으로 인사에 예민해진 점 등을 들어 사실상 향판 제도인 '권역법관제도'를 추진하는 내용의 의안을 의결, 대법원에 제시했다. 대법원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식 원로법관제 도입 제기도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판사 금품비리 등 문제가 됐던 향판 제도 재시행 자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다시 문제가 불거질 경우 법원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당수 변호사는 미국식 원로법관 제도 도입을 주장(56%.771명)했다. 찬성하는 이유로 32%(597표.복수선택 가능)가 '정년 이후에도 원로법관으로 활동할 수 있어 변호사 개업에 대한 유혹이 적고 중간 퇴직과 그에 따른 인재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경륜이 쌓인 법관의 능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30%)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있다'(18%)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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