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먹는것에 거짓이 숨어있다

      2018.05.16 17:09   수정 : 2018.05.16 17:09기사원문

오전 스터디를 하고, 점심으로 요즘 '핫'한 평양냉면 맛집을 찾는다. 음식을 맛보기 전 사진 촬영은 필수다. 카페에서 책을 좀 더 본 뒤 집에 돌아오면 잘 나온 사진을 골라 SNS에 올린다.

평범한 20대 청년의 일과다.

요즘 생활에서 SNS, 스펙 쌓기, 맛집을 빼면 이야기꺼리가 있을까. 몇 년 사이 우리 일상 생활에는 스펙과 사진, 음식, 이 세 가지 키워드가 깊숙이 파고들었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은 이 세 가지 키워드 없이 하루를 보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세태는 과연 자연스러운가. 이러한 일상은 진실만을 보여주는 것일까. 씁쓸하게도 답은 부정적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당신이 보고, 듣고, 먹는 모든 것에 거짓말이 숨어 있다"고 단언한다.
우리 사회는 거짓말을 통해 돌아가고, 그런 면에서 현재 대한민국은 거대한 '거짓말 상회'와도 같다고 말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먹는 것에 침투한 거짓말은 진실보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소비재가 되어 대중 속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 놀라운 건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소비하는 소비자이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하는 전파자이며, 거짓말을 재생산하고 파는 판매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인문학협동조합의 기획으로 쓰여진 이 책은 각각 사회.문화비평가, 사진비평가, 음식 연구자인 저자들이 함께 자기계발과 사진, 음식이라는 3개의 축을 통해 우리 일상에 침투한 거짓말을 읽어낸다.

저자 중 한 명인 김민섭은 자기계발을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전달되는 요구사항'이라고 해석한다. '공부하면 치킨 먹고, 공부 안 하면 치킨 배달한다'는 거리의 광고가, '용모 단정해야 하고 여성은 화장과 하이힐이 필수'라는 생활 정보지의 구인 공고 등 욕망의 언어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개인은 거기에 순응하며 자기 자신과 주변을 끊임없이 검열해 나간다. 주변을 맴돌던 그 언어는 곧 '자기계발'이라는 명목으로 권장, 강요된다.

사진은 어떨까. 카메라는 거짓없이 정확하게 기록하는 매체로 간주되지만, 이를 통한 이미지는 수많은 진실을 감추고 호도하기도 한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먹방'이 어느새 방송가 대세로 자리잡은 현재, "우리 모두가 음식에 대해 아는 체하는 동안, 음식을 둘러싼 상상력은 날마다 허름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더 이상 이러한 거짓말에 속고 싶지 않다면, 답은 하나다. 일상에 날카로운 물음표를 던질 것. "이 책을 읽은 당신이 스스로를 향한 작은 물음표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주변을 향해, 이 사회와 시대를 향해 확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저자들의 바람처럼 말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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