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성범죄 대책위 "법무·검찰 여직원 61.6% 성적 침해 당해"
2018.05.17 14:00
수정 : 2018.05.17 14:00기사원문
법무부와 검찰에서 근무 중인 여직원 중 61.6%가 성적 침해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조직 내 성범죄 고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성범죄 관련 고충 처리 담당관을 도입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편을 해야 한다고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가 주문했다.
■"달라질 것이 없어서"..불신 깊어
대책위는 17일 법무·검찰 및 산하기관의 전 여직원을 상대로 성범죄 피해실태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여직원 61.6%가 성적 침해행위를 당했다. 특히 임용 후 3년 이하 직원의 경우에도 42.5%가 성적 침해행위를 당했다고 설문했다.
이번 조사는 검찰 외에도 교정본부 산하 구치소 및 교도소, 범죄예방정책국 산하 보호관찰소,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법무부 내 전직군의 정규·계약직 여성 직원 819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90.4%인 7407명이 설문에 응했다.
대책위는 성희롱 피해 정도는 심각하지만 여직원들이 고충 처리 절차를 이용하는데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법무·검찰 내 설치된 성희롱 고충 심의위원회에서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회의를 3회 실시했을 뿐이고 같은 기간 성희롱 고충 사건 처리 건수도 18건에 불과해 성희롱 고충 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대책위가 주재한 간담회에서 여직원들은 "신고 시 내부 결재체계를 따르는 보고체계가 복잡하고 담당자의 전문성 결여", "신고하여도 은폐되는 구조와 감찰에 대한 불신", "제대로 처리가 된 전례가 없었음" 등을 이유로 현행 신고절차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수조사에서도 "달라질 것이 없어서(31.3%)"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4.8%)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아서" (22.5%), 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18.2%) 순으로 응답했다.
권인숙 위원장은 "대부분의 내부 구성원들이 기존 시스템을 통한 성희롱·성범죄 사건 처리에 대한 신뢰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성희롱 등 고충 사건 처리 절차와 담당 기구 등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충 처리 담당관 등 제도 도입 권고
이에 대책위는 고충 처리 시스템의 일원화와 소속 기간 내부결재 폐지를 권고했다. 특히 고충 처리 기구에는 고충 처리 담당관을 두고 현재 각 기관에 존재하는 고충 처리 담당자와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해당 담당자는 구체적인 대응메뉴얼과 전문교육을 거쳐야 한다는 게 대책위의 권고이다. 담당자가 관련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사건의 접수단계부터 처벌 이후까지 피해자 보호와 비밀 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제도인 성평등위원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위원회는 외부전문가가 70% 이상,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법무부 장관이 소문 유포와 불리한 인사 조처 등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관련 사건 처리 지침 개정과 행동수칙을 마련하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