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볼턴, 북미 정상회담 판 깰 '위험 요소'"
2018.05.17 14:45
수정 : 2018.05.17 14:45기사원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을 파탄낼 수 있는 잠재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이 지난 16일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리비아식 모델'을 여러차례 언급한 볼턴 보좌관을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콕 찍어 거론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세기의 담판을 앞두고 뜻하지 않게 부상한 '볼턴 변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볼턴이 북미 정상회담의 '잠재적 철거공(wrecking ball·건물을 부실 때 사용하는 크고 무거운 쇠 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역시 "대북 폭격론을 주장했던 볼턴이 북미 정상회담을 파탄(sabotage) 낼 수 있다"고 우려했고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얘기가 볼턴 때문에 사그라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네오콘'(신보수주의)'의 대표주자였던 볼턴 보좌관은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북 선제 타격론 등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한 뒤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일괄타결식 해법'인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지난 13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 내 핵물질 해체가 아닌 '핵시설 및 핵물질 이전'을 통한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며 폐기된 핵무기를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이송해야 한다고 주장해 북한판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했다.
이는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으로 이어진 리비아식 해법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온 북한의 분노를 자아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리비아의 국가원수였던 카다피는 지난 2003년 12월 핵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핵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된지 2년만인 지난 2011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지원한 반군에 의해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이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할 시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볼턴이 '리비아식 해법'을 여러 차례 언급함으로서 "혼란스런 메시지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해치고 있다"고 빌 리차드슨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지적했다.
리차드슨은 "북한은 카다피가 물러나는걸 봤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주 목적은 정권을 유지하고 자신들을 해치지 않겠다는 보장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던 로버트 킹 역시 "한가지는 분명하다"며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진전을 보려면 리비아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언급하지 않는게 좋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이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뒷켠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핵확산 반대지원 단체인 플로쉐어스펀드의 조 시린시오니 회장은 "북한과의 외교가 아주 잘 되가는데 볼턴이 그 작업을 망쳤다"며 "볼턴은 상대를 난타해서 복종시키고 항복을 기대하는 원시적인 관점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같은 포지션을 취한다면 정상회담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