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소방본부 특별화재조사팀 김형준 반장 "더 정교한 화재원인 감정기술 만들것"
2018.05.20 19:14
수정 : 2018.05.20 19:14기사원문
【 인천=한갑수 기자】 "화재는 특정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모든 상황에서 불이 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화재현장을 관찰합니다."
김형준 인천소방본부 특별화재조사팀 반장(42·사진)은 2016년 인천시가 화재조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처음 채용한 제1호 박사학위 소지 전문가다.
김 반장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제조업체에서 기계·장비개발 일을 하다가 소방관으로 특채됐다. 기계공학은 단순히 기계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열역학(화재), 유체역학(연기), 구조역학(건물붕괴) 등을 다루기 때문에 소방과 직접 관계가 있는 학문이다.
김 반장은 현장업무를 익히기 위해 인천 남부소방서에 투입돼 1년6개월간 화재조사 업무를 담당했다. 일선 소방서 화재조사팀은 화재발생 시 화재진압 소방관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화재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조사하고, 화재 원인과 연소패턴 분석, 인명피해 유무 등을 조사하는 일을 한다.
3대 1의 경쟁을 뚫고 소방관시험에 덜컥 합격한 김 반장은 남부소방서로 출근한 첫날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5중추돌사고가 발생해 출동하게 됐다. 김 반장은 "실제 사고는 처음 경험하는 일로 정신이 멍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서 구경만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반장은 아는 게 없어서 부끄럽다는 생각보다는 소방관들이 위험 속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하는 모습에 매료됐다고 한다.
김 반장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화재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10년 이상 된 베테랑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배우고, 일이 없을 땐 국내외 서적을 뒤지며 화재가 발생한 원인 등에 대한 조사방법과 감정방법 등을 연구했다.
이제는 '귀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인천에서 알아주는 전문가가 됐다. 귀신은 모든 것을 잘 안다는 의미가 아니라 퇴근 후에도 집에 가지 않고 공부하기 위해 사무실에 붙어 있다는 의미로 이 같은 별명이 붙여졌단다.
김 반장은 1개월 전 인천소방본부 화재조사분석실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일반화재보다는 특별한 화재거나 보험회사와 소송이 걸릴 것 같은 화재, 원인이 애매한 화재, 대형 화재사건 등을 맡아서 한다.
김 반장은 " 화재조사 시 눈에 보이는 증거 위주의 감식을 주로 진행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고도의 전문지식을 이용해 증거를 찾는 감정을 실시하기도 한다"며 "화재 감정기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천본부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화재조사분석실에 가격이 1억5000만원이나 되는 가스크로마토그래프(휘발유 사용 여부를 분석하는 장비)와 금속현미경 등 화재 전문분석장비 10여종을 갖추고 있다.
김 반장은 "더 공부하고 연구해 화재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감정기술을 개발해 소방관들의 가려운 부분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