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뛰놀고 저멀리 독도가 보이는.. 이곳은 울릉천국

      2018.05.24 17:14   수정 : 2018.05.24 17:15기사원문


"세상살이 지치고 힘들어도 걱정 없네 사랑하는 사람 있으니 비바람이 내 인생에 휘몰아쳐도 걱정 없네 울릉도가 내겐 있으니 봄이 오면 나물 캐고 여름이면 고길 잡네 가을이면 별을 헤고 겨울이면 눈을 맞네 성인봉에 올라서서 독도를 바라보네 고래들이 뛰어노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 나 죽으면 울릉도로 보내주오 나 죽으면 울릉도에 묻어주오" -이장희 '울릉도는 나의 천국'



【 울릉도=박지현 기자】 신비의 섬 울릉도.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 이어 두번째로 큰 섬인 울릉도는 아직도 여전히 미지의 섬이다. 아직 하늘길이 열리지 않아 경상북도 울진 후포항이나 포항, 강원도 동해 묵호항, 강릉항에서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맑은 날씨를 허락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4시간여, 그리고 쾌속선을 타고 최소 2시간30분 이상을 내달려 맞이하는 이 화산섬은 그렇기에 아직도 때가 덜 묻은 순박함을 가지고 있다.

어느 때나 비경을 자랑하지만 늦봄과 초여름 울릉도는 가장 푸르고 수려하다. 동해 먼바다 맑은 물에 세파에 찌든 마음을 내려놓고 잃어버렸던 삶의 에너지를 울릉도에서 다시금 충전해보자.







■3無5多 신비의 섬 울릉도

사면이 푸른 동해로 둘러싸인 울릉도는 화산의 분출로 만들어진 섬이다.
주도인 울릉도를 중심으로 동남쪽 조금 먼 바다에 독도가 있고, 가까이에는 죽도 등 44개의 암도와 기암괴석이 흩어져 있다. 바다 깊은 곳에서 화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낸 기암괴석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언제부터 울릉도에 사람이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라 제22대 왕인 지증왕 때인 512년 이사부 장군이 이곳에 있었던 우산국을 정벌하면서 우리 역사에 본격 편입됐다.

울릉도는 '3무5다(3無5多)'의 섬이라고 불린다. 도둑과 공해, 뱀이 없고 물과 미인, 돌, 바람, 향나무가 많은 곳이라는 의미에서 이러한 별칭이 붙었다. 조선시대 기록에 따르면 울릉도에서 화재가 났을 경우, 바람을 타고 오는 향나무 타는 냄새에 동해안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화재가 난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을 정도로 화산 바위의 기운을 받고 자란 좋은 향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이 향나무를 벤 후 묻었다가 파내 응달에서 건조해 만든 '침향'은 조선 으뜸으로 꼽혀 진상품으로 오르기도 했다.

현재 울릉도에 살고 있는 주민 수는 1만300명.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지만 내륙의 다른 지방보다 손이 덜 탔다. 동남쪽 해안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내달리면 강하고 맑은 동해바람에 다듬어진 수려한 기암괴석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아버지를 기다리다 돌이 되어버린 효녀의 전설이 깃든 '촛대바위'를 비롯해 거북이가 마을로 들어가는 모양새와 닮은 거북바위, 사자바위, 곰바위, 코끼리바위를 지나 도로의 끝에 세 선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빼닮은 '삼선암'이 우뚝 서있다. 차에서 내려 울릉도 원시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관음도'로 가는 보행연도교를 따라가면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갈대, 부지갱이, 쑥 등 울릉도 자생식물들로 울창한 숲 사이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수려한 산새 속 포근함 주는 '나리분지'

울릉도의 해안을 따라 내달리다 내륙으로 들어가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등산과 트레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정복해보고 싶게끔 만드는 매력적인 성인봉은 높고 강한 산새가 마치 거친 바닷바람을 헤치며 고기잡이를 나선 바다 사나이의 본새를 보인다. 한국 10대 명산으로 꼽히는 성인봉은 깊고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루며 울릉도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성인봉 가는 길, 울릉군 북면에 위치한 나리분지는 억세고 강인해 보이는 울릉도의 따뜻한 품을 보여주는 곳이다. 화산의 중앙부 칼데라가 오랜 시간 풍파를 맞으며 울릉도 유일의 너른 평야로 변했다. 선조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에서는 투막집(둥근 나무를 우물 정자 모양으로 쌓아 벽을 이룬 집)과 너와집(나무결을 따라 쪼갠 널빤지로 지붕을 인 집) 등 민속 가옥도 체험할 수 있다.



■울릉도의 자연이 만들어낸 먹거리

울릉도의 안팎을 살폈으면 울릉의 자연으로 속을 든든히 채울 때다. 내륙에서는 쉬이 맛볼 수 없는 천혜의 진미가 곳곳에 숨어있다. 지구온난화로 오징어의 어획량은 사뭇 줄었지만 명이나물이 특산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역취와 부지갱이, 참고비 등 무공해 산채로 만든 비빔밥과 자연속에서 약초를 먹고 자란 울릉약소 고기를 명이절임에 돌돌 말아 먹으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해산물도 빼놓을 수 없다. 날이 점점 더워지는 계절에는 메바리로 만든 물회도 별미다. 메바리는 도화볼락을 지칭하는 울릉도 방언으로 자연산 메바리회와 채소를 양념장에 비빈 후 소면과 육수를 더해 먹으면 배 멀미 기운이 싹 달아날 만큼 새콤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과거 오징어가 풍년일 때 덕장에서 오징어를 손질하고 남은 내장을 모아 끓인 오징어 내장탕도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다. 갑자기 몰아치는 비바람에 싸늘한 기운이 돌 때 칼칼한 오징어 내장탕을 마시면 기운이 솟아난다.



■자연의 품에서 만끽하는 풍류 '울릉천국 아트센터'

자연 경관과 먹거리만으로도 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울릉도지만 최근 여기에 귀를 즐겁게 하는 풍류까지 더해졌다.
바로 1970년대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던 가수 이장희(71)가 경상북도와 함께 울릉도 북면 평리에 세운 '울릉천국 아트센터'에서 오는 9월 중순까지 매주 화, 목, 토요일 상설 공연을 진행하게 된 것.

지난 2004년부터 현재 공연장이 세워진 평리에 정착해 살고 있던 그는 2011년 자신의 농장 부지 1652㎡(약 500평)를 울릉도에 기증해 공연장 설립의 첫 삽을 떴다. 울릉도에서도 자연 경관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송곳산 아래 자리잡은 '울릉천국 아트센터'는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1150㎡ 규모로, 1층과 지하는 공연장, 2층은 가수 이장희의 음악세계를 소개하는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지난 8일 성공적인 첫 무대를 올린 '울릉천국 아트센터'는 향후 이장희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쎄씨봉 멤버들과 젊은 가수들을 초청해 콜라보 공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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