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 다음 격전지는 ‘제약·바이오’
2018.06.01 17:43
수정 : 2018.06.01 17:43기사원문
국내 화학업계가 신성장동력인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약.바이오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화학사들이 정밀화학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을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OCI는 새로운 먹거리로 정한 제약.바이오 사업을 위해 부광약품과 합작투자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7월 중 합작법인을 설립해 공동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신약개발, 유망벤처 지분 투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매년 100억원 이상 공동 투자키로 했다.
OCI 측은 "태양광발전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초고순도 제품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 사업을 추진할 기술력과 경험을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다. OCI는 지난 1970년대부터 농약사업과 시약사업에 진출해 사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앞서 이우현 OCI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제약.바이오 사업 진출 검토를 밝힌 바 있다.
이 사장은 "제약.바이오부문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제조업에서 쌓아온 강점을 신사업에서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내 화학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LG화학은 지난해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면서 바이오 사업에 힘을 실었다. 지난 2002년 분리했던 생명과학을 다시 흡수한 것은 연구개발(R&D)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서, LG화학은 팜한농을 인수하며 농화학(그린바이오) 분야에도 진출한 바 있다. 팜한농은 국내 작물보호제와 종자.비료 시장에서 선두 기업이다.
LG화학은 올해 바이오 분야의 경우 유전자기술 연구, 혁신신약 시장 진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올해 전체 R&D 비용을 전년보다 22%가량 늘린 1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생명과학 부문 R&D 투자 규모도 기존 1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1400억원으로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케미칼도 사업부문에 따라 기능을 나누면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이오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이달 초 SK케미칼은 기존 백신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물적분할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출범해 국내 백신 시장 주도력을 높이고, 세계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SK케미칼은 지난해 지주사(SK디스커버리) 체제가 출범하면서 사업회사로 거듭났다. 이번 백신사업의 물적분할도 사업 경쟁력 강화라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업체들이 정밀화학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제약.바이오 사업도 화학공학 등 정밀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화학업체들이 제약.바이오 사업 추진을 위한 베이스를 갖추고 있는 만큼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사업 강화와 신규 진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