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독립 신념까지 의심해선 안돼" "신뢰회복 기회 삼자"

      2018.06.03 17:26   수정 : 2018.06.03 21:22기사원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행정 남용 의혹에 대한 특별조사단의 발표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사법부가 1년2개월간 3차례나 조사를 벌인 결과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권에 유리한 재판 결과를 활용해 청와대 설득을 시도한 문건이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재판거래'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것이다.

조사단은 "관련 문건 내용이 대부분 실행되지 않았다"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고발도 검토하겠다"며 끝날 듯했던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 방향을 왜곡하고 거래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일로, 심한 모욕이 될 것"이라며 각종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법조계에선 상명하복이 아닌 상호존중 문화로 운영되는 사법부 특성상 대법원장이 재판 결과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양 대법원장의 해명에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특히 사법부 스스로 범죄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발표해 놓고도 여론에 밀려 형사처벌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사법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문건을 작성한 법원행정처의 부적절한 행동에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직권남용이나 업무방해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법조계 전문가들을 통해 이번 파문을 긴급진단하고,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봤다. <편집자주>


정권이 노골적으로 대법원을 통해 하급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검찰이나 경찰처럼 상명하복의 지시를 행할 정도의 조직이나 시스템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해명을 그대로 대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느냐는 게 제 생각이다. 법원이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것처럼 하급심 재판 판결 결과에 영향력을 미치는 건 현재 법원의 현실로 봐선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 법원이 현재 불신을 안 받느냐, 그것은 아니다. 이는 양 전 원장이 받고 있는 일련의 불신이 아니라 현재 각급 법원에 대한 법관들과 재판 내용 결과에 대해 불신의 근본 원인은 전관예우 풍토를 들 수 있다. 여기서 전관이 고위법관이 아니더라도 지방법원이나 단독 부장판사에 경우에도 전관과 현직 사이에 일종의 연결 또는 유착에 대한 국민이 불신이 아주 크다. 그 불신 때문에 사법부가 불신을 받는 것이지 이번 대법원 파동이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법원이 받고 있는 불신이 100이라면 90%를 차지하는 게 전관예우와 전관·현관의 유착 또는 연결고리가 있지 않느냐에 불신이다. 실제로 대법원을 예로 들면 대법원의 주요 상고사건에 재벌이나 고위 공직자의 형사사건, 소가(소송가액)가 높은 민사사건은 전부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거액을 받고 소송을 맡는 게 보통이다. 일반 변호사가 맡는 것보다 그 사람들이 맡는 게 승소율이 높아서다. 고등법원 및 지방법원에서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야 현관과 통할 수 있다는 그런 풍조가 만연해서 큰돈을 들여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사법부를 불신하고 불평을 하게 된다.
우선 하급심 판사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법관 판사를 지낸 사람이 왜 변호사를 하느냐. 반드시 평생 법관제도가 이뤄져야 한다. 반세기 이상 변호사로 활동한 저도 대법원을 못 믿는다.
그렇지만 이는 이번 사태가 아니라 누적된 전관예우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박찬종 5선 국회의원 출신 법무법인 유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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