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해진 트럼프… "北비핵화 합의, 단판에 안끝날 것"
2018.06.03 17:32
수정 : 2018.06.03 21:11기사원문
【 서울·워싱턴DC=서혜진 기자 장도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한 가운데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비핵화협상을 일거에 담판 짓겠다고 공언해온 것과 달리 북한과 추가 회담 개최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대북원조의 책임을 한·중·일로 돌리면서 미국은 그 부담에서 빠지겠다는 점도 시사했다.
■트럼프 비핵화 속도조절 '현실인식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예방을 받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빅딜'에 이르는 하나의 과정이라며 한 번의 회담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또다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은) 하나의 과정이 될 것"이라며 "나는 그것이 한 번의 회담으로 진행된다고 결코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빅딜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과정이며, 우리는 12일에 무엇인가에 서명하지는 않을 것이고 우리는 하나의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세기의 비핵화 담판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과 동시에 '비핵화 합의'에 완전한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미국 측이 당초 희망했던 '일괄타결' 빅뱅식 해법보다 추가 담판 등으로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일본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히라이와 순지 난잔대 교수는 3일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줘서라도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현실적인 자세로 바뀐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중지를 발표한 뒤 뉴욕, 싱가포르, 판문점에서 접촉을 하면서 일방적인 주장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유연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핵포기에 시간이 걸리리라는 것은 명확한 사실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북한 비핵화에 미사일도 포함된다며 핵폐기와 더불어 핵무기를 미국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핵반출 및 미사일 폐기, 사찰과 검증, 이행과 보상 등의 복잡한 방정식을 완성하려면 '완벽한 원샷'으로는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현실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북원조 선긋기 "한·중·일이 부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북 경제원조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한국이 그것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솔직하게 말하면 중국과 일본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돈을 써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많은 돈을 쓸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대북원조의 책임을 한·중·일로 돌린 것이다. 직접 북한을 지원하는 '원조'(aid)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그 부담에서 빠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국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일본도 마찬가지"라고도 언급했다. 이는 미국 행정부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북원조의 상당 부분을 한·중·일로 돌리겠다는 의미여서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원조보다는 민간투자를 부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일본, 진의파악 분주…러는 긴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최대 압박이란 말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고 말해 일본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5월 31일 회동한 것에 불쾌감을 표해 러시아를 긴장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들에게 "우리(미국과 북한)는 잘 지내고 있다"면서 그동안 사용해왔던 '최대 압박'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필요성을 강조해온 일본 정부는 발언의 진의 파악에 나섰다. 일본 언론들도 이 발언을 비중 있게 다뤘다.
sjmar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