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韓기업, 필리핀 인프라 참여를", 두테르테 "바나나 관세 인하 요구"
2018.06.04 19:50
수정 : 2018.06.04 21:11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발전소 및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공항 등 필리핀 인프라 사업에 대한 한국기업의 진출 확대를 요청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바나나 등 필리핀 열대 과일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세 인하를 요구했다.
한·필리핀 양국 정부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 결과 △교통 △경제통상 △재생에너지 △과학기술 △인프라 협력에 대한 총 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인프라 확충 계획인 '빌드,빌드,빌드(Build, Build, Build) 정책'에 맞춰 최근 한국 정부가 필리핀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유상원조)을 기존의 2배 수준인 10억 달러로 확대했음을 언급하며, "신항만, 교량 등 다양한 인프라 건설사업이 추진돼 양국 간 경제협력 기반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 역시 필리핀 정부의 '빌드 빌드 빌드 정책'에 관심을 갖고 프로젝트 동참을 요청한 상태임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의 경쟁적 참여를 유도하는 발언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또 다른 관심사는 '바나나'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은 바나나 등 열대과일 수출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이 관세를 인하하고, 시장을 개방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필리핀 측의 한국 바나나 시장 개방에 대한 관심을 잘 알고 있다"며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되면, 그 틀 내에서 필리핀 측이 원하는 바나나 시장 개방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면서 "우리 정부도 한국 내 필리핀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강화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에선 한국인에 대한 총격 피살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의 성공을 기원했다. 두 정상간 만남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회담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