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크림도 바르지 말자” 탈코르셋 확산 '갑론을박'

      2018.06.06 14:00   수정 : 2018.06.06 14:00기사원문

사회가 관행적으로 원하는 여성상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탈코르셋 운동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상당수 여성들이 긴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안하며 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여성들이 잘록한 허리라인을 만들기 위해 중세시대부터 착용한 코르셋 처럼 사회가 원하는 ‘예쁜 모습’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크림도 코르셋의 일환인 만큼 선크림도 바르면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선크림=코르셋” vs “자외선 차단용일뿐”
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따르면 한 네티즌은 지난 2일 “나는 더 이상 선크림을 바르지 않는다.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는게 아닌 이상 동양인 피부는 햇빛에 취약하지 않다”며 “한국여자들이 선크림을 바르는 이유는 흰피부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솔직해지자”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다른 네티즌도 “피부암 걸릴 확률이 낮은 한국에서 여자들이 유독 선크림에 집착하는 것, (선크림) 광고에서도 하얀 피부를 강조한다는 것은 선크림이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꾸밈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런 뜻에서 코르셋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여성들 사이에서 선크림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선크림은 자외선 차단용일 뿐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선크림 바르기처럼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많이 하고 남자들은 귀찮다고 안 하는 경우가 많은 일을 모두 코르셋으로 여기면 안 된다"며 "그런 일에는 화장실에서 손 씻기도 포함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선크림의 필요성을 말하는 여자들이 외모에 신경 쓰느라 메이크업베이스 기능이 있는 것을 고르고 정량대로 바르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은 여성혐오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탈코르셋이 ‘페미니스트가 되자’인지, ‘자연인이 되자’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주장 배경 주목”.. “피부 건강과 직결”
여성단체들은 일부 여성들이 선크림까지 사용하지 말자며 탈코르셋을 외치는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탈코르셋 운동은 일상 속에서 획일적인 기준의 외모관리 압박을 받아온 여성들이 분개하면서 이를 바꿔나가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소 극단적인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그 맥락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선크림까지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이 나온 데는 국내 화장품 마케팅에 대한 반발로도 볼 수 있다”며 “화장품 업계가 주로 강조하는 것이 미백 효과로, 특히 우리나라는 태닝도 잘 하지 않고 하얀 피부가 좋은 피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현실이어서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을 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선크림 사용이 외모 꾸미기보다는 피부 건강과 관련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박귀영 교수는 “자외선 차단제 사용은 단순히 예뻐 보이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피부 건강과 직결된 행위”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자외선은 피부암 중 흔한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의 원인인자로, 미국의 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태어나서 만 18세까지 SPF15의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사용할 경우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발생 가능성이 78%까지 감소한다”며 “또 일광화상이 예방되고 피부노화가 지연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피부과 전문의도 “선크림 사용은 피부노화, 피부암, 일광화상 및 알레르기 등을 예방하는 차원이기에 남녀를 불문하고 권하는 것”이라며 “선크림을 사용 안 하는 분위기로 가면 피부과 의사들이야 환자가 늘어나니 좋아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의사의 양심상 선크림을 권한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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