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습지' 여행..이 초록빛, 내 눈까지 맑아진다

      2018.06.07 17:10   수정 : 2018.06.07 17:10기사원문


한낮에 내리쬐는 태양빛이 따사롭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지 않은 6월에 자연이 전하는 소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들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람사르 습지'다.

한국관광공사가 6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람사르협회에 등록된 국내 습지 6곳을 추천했다.



용이 쉬었다 가는 곳, 인제 대암산 용늪

강원 인제군 대암산(1304m) 정상 인근에 자리 잡은 용늪은 국내에서 유일한 고층습원(식물 군락이 발달한 산 위의 습지)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대한민국 최초 람사르협약 습지로 등록됐다. 용늪이란 이름은 '승천하는 용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란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용늪 탐방은 대암산 동쪽의 인제군과 서쪽의 양구군에서 출발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개인 차량으로 용늪 입구까지 이동하는 인제군 인제읍 가아리 코스가 좋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용늪을 둘러보고 대암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용늪을 품은 인제군에는 다른 볼거리도 많다.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은 DMZ 일원의 생태계와 역사, 문화를 보존하고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연구·교육기관이다. 내린천과 인북천이 만나 소양강을 이루는 자리에 조선시대 정자인 합강정(合江亭)이, 인제읍을 가로지르는 소양강 변에 인제산촌민속박물관과 박인환 문학관이 나란히 있다.



습지 해설 들으며 산책해볼까, 태안 두웅습지

충남 태안 두웅습지는 작고 찾는 이가 드물다. 겉보기엔 흔한 시골 저수지 같지만, 신두리 해안사구의 배후 습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두리 해안사구의 지하수가 두웅습지 바닥과 연결돼 두웅습지가 오염되거나 파괴되면 신두리 해안사구까지 영향이 미친다.

이같은 지형적 중요성과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라는 점을 인정받아 2007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마스코트인 금개구리는 멸종 위기 야생생물로, 5월 말~6월 중순에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모래에 함정을 만들어 개미나 곤충을 잡아먹는 개미귀신은 두웅습지에서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다. 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으니 반드시 습지 해설을 들어보자.

6월 태안은 눈부신 해변과 향기로운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신두리 해안사구에 해당화가 만발하고, 천리포수목원에는 작약과 수국이 탐스럽다. 초여름부터 피서객이 찾아드는 만리포해수욕장, 태안1경으로 꼽히는 백화산, 백제시대 불상이 맞아주는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도 인상적이다.



1000여종 생명체의 보금자리, 창녕 우포늪

경남 창녕 우포늪은 국내 최대 자연 내륙 습지다. 담수 규모가 축구장 21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늪에 1000종이 넘는 생명체가 서식한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8년 3월 람사르협약 보존 습지로 등록됐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 목록에도 등재됐다. 우포늪은 제방을 경계로 우포(소벌),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쪽지벌 등 4개 자연 늪과 2017년 복원 사업으로 조성한 산밖벌까지 3포 2벌로 나뉜다. 우포늪생태관에서 시작하는 '우포늪생명길' 8.7㎞를 이용해 돌아볼 수 있다. 30분부터 3시간 30분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다. 자전거 대여도 가능하다. 외국인은 우포늪생태관에 예약하면 영어와 일본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창녕 읍내에는 문화재도 많다. 조선시대에 얼음을 보관한 석빙고, 신라 진흥왕이 영토 개척을 기념해 세운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 통일신라 석탑인 술정리 동·서 삼층석탑,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이 볼만하다. 화왕산 관룡사의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을 모신 바위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원시 비경 그대로 간직한 곳, 고창 운곡습지

자연은 스스로 피어난다. 전북 고창 운곡습지에 필요한 건 무관심이었다. 사람 발길이 끊기고 30여년이 지난 2011년 4월, 버려진 경작지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꽉 막힌 대지에 물이 스며들고 생태가 살아났다. 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에서 자동차로 약 8분이면 생태계의 보고, 운곡습지를 만난다. 길게 뻗은 4차선 고속도로에서 상상할 수 없던 호젓한 숲길과 원시 비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과 삵이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하다. 총 860여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이곳은 자연의 무한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는 우수 사례로 꼽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고창 고인돌 유적과 고창고인돌박물관도 놓칠 수 없다. 이 지역 대표 관광지인 고창읍성을 비롯해 지역 농민과 함께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상하농원, 글 모르는 할머니도 책을 만들 수 있게 돕는 책마을 해리까지 둘러볼만한 곳이 여럿이다.



갯벌테마파크서 생태체험도… 무안갯벌

전남 무안갯벌은 넓고 비옥하다. 황토를 머금은 갯벌은 언뜻언뜻 붉은 빛이다. 침식된 황토와 사구의 영향으로 형성된 무안갯벌은 2001년 '습지보호지역 1호'에 이름을 올렸다.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1732호)와 갯벌도립공원 1호로도 지정됐다. 무안갯벌의 대표 공간은 해제반도가 칠산 바다를 품에 안은 함평만(함해만) 일대다.

갯벌은 흰발농게를 비롯한 갯벌 생명 체의 보금자리이자 물새의 서식처다. 무안갯벌의 중심인 해제면에는 생태갯벌을 테마로 한 '무안황토갯벌랜드'가 있다. 생태갯벌과학관에서는 갯벌 1㎡의 소중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고, 무안갯벌 위로 이어진 탐방로와 갯벌체험학습장에선 다양한 갯벌 생물과 만날 수 있다.

무안 여행 때는 갯벌낙지등대로 유명한 도리포, 천연기념물 211호로 지정된 용월리 백로와 왜가리 번식지, 영산강이 내려다보이는 무안식영정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자연이 빚은 하늘 아래 정원, 제주 1100고지·동백동산습지

제주시와 서귀포시 중문동을 잇는 1100도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1100고지 습지는 대자연이 빚은 하늘 아래 정원이다. 지난 2009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이곳은 초지와 습지, 바위, 울창한 숲이 뒤엉켜 거칠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낸다. 습지 안에 생태섬과 지의류(地衣類)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탐방로가 길지 않아 둘러보는데 30~40분이면 충분하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 습지는 제주에서 네 번째로 지정된 람사르 습지다. 독특한 곶자왈 생태에 숲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깃들었다.
잔잔한 연못 같은 먼물깍에 닿으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금세 동화된다.

1100고지 습지 탐방 후 거린사슴전망대10.13에서 서귀포 앞바다와 시내를 한눈에 담아보면 어떨까. 녹차 밭을 거닐고 차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다.
한국 전통 공예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한 본태박물관은 주변 경관마저 예술품처럼 느껴진다. 2일, 7일로 끝나는 날에는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을 구경해보자.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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